우리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출혈경쟁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Mnet의 <프로듀스101(원오원)>이다.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게 꿈인 101명이 출연해 매주 순위 경쟁을 벌인다. 4월 1일 종영 때 최종 11명이 추려질 예정이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90명은 들러리라는 얘기다. ‘들러리’는 자신이 들러리인 줄 알면서도, 이탈하거나 반항하지도 못한 채 끝까지 자신의 ‘최선’을 보여줘야 한다. 이 지옥의 링에 연습생들을 보낸 연예기획사만 46곳이다. 만능재주꾼인 참가자들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그 살인적인 경쟁을 견뎌내고 있다.
누구하나 빠짐없이 현란하게 예쁘다. 첫 회에서 101개의 의자를 채워나가는 그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먹먹했다. 그들도 서로를 보며 놀랐다. ‘회사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이렇게 많은 회사에서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로….’ 이것은 거의 절망적인 한숨에 가까웠다. 저 많은 경쟁자를 ‘꺾고’ 데뷔한다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여서 하얗게 질린 얼굴들이었다.
출연자들과 각종 트레이너들이 염려하는 부분은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무대에 올랐을 때 최고의 칭찬도 “예쁘다!”이다. 소녀들을 짓누르고 있는 등수의 압박은 심하다. 자신이 몇 등인지가 그 안에서는 힘이 되는 소녀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죄송해 펑펑 운다. ‘여자 가수는 무조건 예뻐야 돼’라는 말이 연습실 곳곳에서 비명처럼 들려오기도 한다. 그 어린 나이에 연습기간이 10년, 7년 등 죽도록 열심히 해온 나날은 생각보다 길다. 이 잔인함의 명분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의 투표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사회자 장근석, 아니 장 대표는 틈만 나면 외친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해주세요!”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저 ‘데뷔’다. 문제는 이미 첫 회에서 드러났듯 ‘데뷔했다가 묻힌’, 그래서 연습생으로 되돌아온 역전의 명수들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종 승자가 되어도 고민이다. TOP11으로 데뷔하는 게 나을지, 원래의 소속사로 복귀해 데뷔를 준비하는 게 나을지는 모른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이 선택조차, 당사자들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국민 프로듀서’가 정한다. ‘꿈’이 있는 한 그들은 견딜 것이다. 그러나 감히 예측해 본다. 이 끝에는 다시 도돌이표가 있는 건 아닐까? 과연 보상은 준비하고 벌인 판인지 묻고 싶다. 그래서 이 잔인한 쇼는 이번 한 번으로 끝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