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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6)

- 다시라는 소중함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The Artist: Reborn)>는 기발하다. 한 젊은 화가가 죽었다 살아나면서, 본의 아니게 ‘전설’과 ‘돈’의 아찔한 거래의 대상이 된다. 영화는 사람의 명줄마저 쥐락펴락하며 경매에 붙여 흥정하려드는 ‘미술품 시장’에 대한 이야기다. 예술과 자본에 대한 본질적 질문들을 던지는데, 방식은 발랄하다. 일종의 실험극 혹은 단편소설 같은 블랙코미디다.

덴마크에서 십 년 간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 지젤(류현경 분)은 귀국 후 무명 신인으로 푸대접 받다, 어느 날 유명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 분)의 눈에 띈다. 첫 전시회로 “뜨실 일만 남은” 꿈같은 상황에서, 지젤은 돌연 사망한다. 재범은 데뷔와 동시에 모든 작품이 유작이 된 지젤을 ‘전설’로 만들려는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상은 적중한다. 세상은 열광하고 그림 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그런데 지젤이 다시 살아나면서 일은 꼬인다. 이 소생 혹은 ‘부활’을 (거의)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작전’ 중이던 갤러리는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스스로 지젤인지 오인숙인지 분열 상태에 놓인 화가는 삶을 이어갈 권리도 박탈당할 지경에 놓인다. “(너만) 죽은 척 살아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극언이 마치 상식처럼 퍼진다.

지젤도 재범도 젊고 불안하다. ‘뜨고’ 싶고 ‘벌고’ 싶다. 누구는 성공을 원하고, 누구는 자신이 한때나마 ‘천재’였음을 입증하고 싶어 한다. 아주 맹목적이고 과격하다. 그러나 정작, 그림을 스스로 수단으로 만든 지 오래다. 그저 그림에 대해 “좋으면 되는 거지” 한마디면 충분한 원로작가 박중식(이순재 분)처럼 말하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영화가 대중적인 소재를 다룬 건 아닐지라도, 질문은 보편적이다. 직업 예술가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고뇌는 생활인으로서의 고민인 동시에 흔들리는 정체성에 대한 보편적 좌절이다. 즉, 사노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사실 죽었다 살아난 라자로 이야기는 ‘비유’로서는 너무나 흔하다. 진지하게 삶에 대입하니 상황이 심각해졌을 뿐이다. 문제는, (여기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냐다. ‘다시 태어난’ 이의 자리가 배정되지 않는 사회라면, 애써 되살리는 일도 무의미해진다. 결국 본질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어쨌든 자신의 삶으로 정직하게 화답해야 한다. 이제껏 한 번도 겪지 않은 방식이어도 좋다. 완전히 죽었었고, 온전히 다시 태어났다. 숨이 돌아온 정도가 아니라, 새 살이 돋는 중이다. 감미로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것을 하자. 창밖은 이미 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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