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9.9℃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1.2℃
  • 구름조금대전 21.9℃
  • 흐림대구 19.0℃
  • 구름많음울산 21.0℃
  • 구름많음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3.1℃
  • 구름많음고창 22.6℃
  • 구름조금제주 25.8℃
  • 맑음강화 19.7℃
  • 구름조금보은 19.7℃
  • 구름많음금산 20.0℃
  • 구름조금강진군 23.7℃
  • 구름많음경주시 ℃
  • 구름많음거제 21.5℃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과거의 외피를 입은 미래형 연인들

쓰레기와 칠봉이는 정말 과거에서 왔을까?


지난 연말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를 보면서 가끔 착각하곤 했다. 아니 실은 내내 그렇게 믿으면서 보았는지도 모른다. 마치 1994년에 저런 남자와 저런 여자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처럼, 드라마 속 그들처럼 ‘우리’도 저런 대화를 나누며 1994년께의 시간들을 보내며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제대로 착각이다. 1994년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는 <모래시계>(SBS)였다. 그러니까 당시 최고의 남성 캐릭터는 최민수가 연기한 태수, 박상원이 연기한 우석이었다. 고현정이 맡았던 혜린이 1994년 최고의 사랑을 받은 여성 캐릭터였다. 검사인 우석은 자기가 믿는 가치관으로 인해 친구 태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는 남자다. 태수는 사형장에 들어가면서도 죽마고우에게 “나 떨고 있냐?”라고 밖에 말할 줄 몰랐던 남자다. 자기의 감정을 죽는 순간에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남자, 다만 핏기 없는 얼굴로 덜덜 떨고 있는 태수를 보며 대다수 시청자가 동일시와 감정이입을 했다는 뜻이다.

눈물은 여자의 것이고 감정 절제는 남자의 전용물이며, 사랑해도 표현하지 않는 게 불문율 비슷한 틀이었다. <모래시계>의 ‘애절한’ 사랑은 그런 식의 서사를 갖고 있었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었다. 등장인물들은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애이불비(哀以不悲)’를 구현해야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던 때였다. 시대의 비극은 모든 이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놓아야 했고, 다들 저항하지 않고 고스란히 운명으로 감수했다. 그런 정서가 사랑에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2012년의 <응답하라 1997>와 2013년의 <응답하라 1994> 등 소위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 요인을 복고 열풍에서 찾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복고는 외피일 뿐이다. 물론 팔도 각지에서 올라온 대학 신입생들이 ‘신촌 하숙’에 모여들어 풀어놓는 1994년의 이야기는 고증과 사실적 에피소드들을 통해 굉장한 현실감을 주었다. 단박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마치 1994년으로 돌아가 대학생이 된 자신을 보는 것 같은 판타지를 중년을 앞둔 주 시청층에게 실감나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 나정(고아라)이는 1994년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완전히 신인류다. 하숙집을 거쳐 간 모든 인물들이 다 그렇다.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한 번도 존재해 본 적 없는 미래적 캐릭터들이었다. 세 사람의 길고 지난한 ‘나정이 남편 찾기’ 과정을 보게 만든 힘은, 이 셋의 서로에 대한 놀라운 배려와 통합적 이해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높은 자존감이었다. 그들은 찌그러진 데가 없는 스스로의 탄력성으로, 상대방과 세계를 이해했다. 대화의 기본을 아는 사람들이어서, 말로 감정과 사랑을 잘 전달할 줄 알았다.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법까지 터득하고 있었다. 이제껏 우리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소통의 공간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응답하라 1994>시리즈는 미래지향적 ‘(가상)모델’로서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의 개연성은 이렇게 새로운 길을 텄다.

관련기사





[기자칼럼] 렉카유튜버, 혐오가 돈이 되는 세상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고, 양방향 소통 매체인 유튜브가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유튜버’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클릭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소위 ‘렉카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렉카유튜버’는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나 사건 등을 영상화하여, 해당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유튜버다. 과거엔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이슈유튜버로 정의됐지만, 사건에 대해 모욕과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난폭운전으로 사고 현장에 달려오는 렉카(사설 견인차)와 비슷해 렉카유튜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타인의 이슈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전달해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라도 단독으로 내용을 전달하면, 유튜버의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가 증가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기기도 하는 등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기로 고액을 후원하는 시청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