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리얼’을 강조하면 할수록, 비일상적이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미션을 출연자들에게 강요하게 된 것은 아닌지 묻게 되는 요즘이다. 출연자가 아무리 괴로워해도, 누군가 그 방송을 보고 ‘웃음’을 짓고 그래서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예능은 그저 예능이라는 말로 다 용인될 수 있는 노릇인가?
출연진의 욕설 파문에 이어 녹화 당시의 동영상 유출,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냐의 요란한 논란까지, MBC <띠 동갑 과외하기> 촬영 중 빚어진 ‘이태임-예원’ 파문은 몹시 시끄러웠다. 실상 문제의 발단은 디스패치라는 매체의 보도처럼 ‘누가 먼저 욕을 했는가’에 있지 않다. 왜 리얼 예능은 한겨울에 여배우를 바다에 집어넣었는가로 본다. 그런데 연예 뉴스들은 온통 (연예인 중)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는 쪽으로만 기울었다. 이태임은 거의 매장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띠동갑 과외하기>는 그 난리 통에도 유지되는가 싶더니, 결국 2차 파문인 동영상 유출을 겪고 바로 종영됐다. 이번 일이 그나마 의미 있게 마무리되려면, 두 사람 모두 ‘제자리’로 그러니까 무대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 바라는 것은, 방송사들의 예능 제작 방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나 프로그램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으며, 신속히(!) 폐지하는 걸로 덮으려 한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출연자 두 사람의 문제라 여기는 걸까. 그러나 현장은 방송을 위한 일종의 작업장이다. 이들은 당시에 분명 ‘일’을 하고 있었다. 이태임은 자기가 먹으려고, 혹은 놀러간 김에 ‘뿔소라 3개’를 따러 차디찬 겨울바다에 들어간 게 아니었다. 왜 드라마 촬영도 아닌 예능에서 이런 심한 ‘미션’을 주었을까? 실상 포인트는 몸에 딱 붙는 ‘해녀복’ 착용과 그 ‘라인’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무제한적인 고통의 미션과 출연진의 무조건적 복종에 기반을 둔 예능 제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돌아봐야 한다. 사람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결국 누구 하나 만신창이가 돼야 끝나는 가학성 웃음 코드는, 이제 시청자에게도 피로와 고통을 주고 있다. 방송사는 시청률에만 신경 쓸 뿐, 쓸데없는 파문으로 시달리고 소진되는 시청자들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사실 확인조차 없이 부풀려졌던 그 많은 연예뉴스의 ‘쓰레기’는 누가 치우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