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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판타스틱 듀오’, 노래가 우리를 안아줄 때

- 서로의 노래의 날개에 기대어

노래는 처음에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세상에 나오지만, 이윽고 고유한 생명체가 되는 듯하다. SBS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를 시청하고 나면 노래에 휘감기는 기분이다. 노래는 귀로 들어와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5초만 보려다 빠져들어 다 시청하고 말았다는 소감, ‘이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키는 걸까요.’하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판타스틱 듀오는 원래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그 중 최고의 듀엣 파트너를 찾는 노래 대결이다. 스마트폰에서 에브리싱 앱을 내려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첫 방송에서 가수 장윤정은 일흔넷의 ‘칠순 택시’ 서병순 씨와 듀오가 됐다. 첫 회부터 국가대표와 국민대표의 화음은 기대 이상의 열창과 감동을 낳았다.

같이 부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같이’ 부르려면 ‘혼자’ 부를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발견, 배려, 격려, 융합이 자연스레 어우러져야 비로소 듣는 이가 ‘화음’이라 부를 무엇이 가능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올 4월 17일 정규편성 됐다. 현재 5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여기서 재탄생된 노래들은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은 단연 노래다. 그 모든 사연과 사람까지도 하나로 녹여내는 확고한 중심이다. 원곡 가수가 아무리 대단해도, 듀오로 호흡을 맞춘 신예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힘은 결국 노래 자체에서 나온다. 현역 가수들은 상대방을 만나 듀오의 경험을 하면서 하나같이 ‘떨린다’고 말한다. 처음 부르던 그때 같은 설렘을 오랜만에 느껴 벅차다고 한다. 그간 경쟁 일변도로 흘렀던 음악 예능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하나가 되는 감동이 있다. 듀오로 무대에 서는 동안에 흐르는 서로에 대한 집중력은 압권이다. 눈빛만으로 서로를 책처럼 읽어내는 데서 듀엣곡의 성패가 갈리는 듯했다. 방송 당일에 서로 만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호흡을 자랑하는, 함께한 지 1일째인 경이로운 팀들이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다.

한 곡, 한 곡이 모두 저마다 아름답다.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시청자는 가수의 눈이 희열로 반짝이는, 어떤 빛나는 순간을 본다. 노래를 통해 영혼이 닿는 이를 만나 힘껏 마주쳐보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여년 전의 나를, 20여년 후의 내가 리드하는 기분’이라던 조성모의 무대 소회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한다. 이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매회 밀도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방송이 끝나고 사람들이 가도, 노래는 영원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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