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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삽질(2018)

거기, 죽어간 우리들 마음 밑바닥

무량수의 생명체가 죽어간 현장을 12년 동안 밀착 취재한 영화 <삽질(Rivercide: The Secret Six)>을 보았다. 비밀과 비리의 핵심은 숫자 ‘6’에 있었다. 수심 6미터를 반드시 관철하는데 이 참극의 악취가 나는 이유가 있었다. 울분도 사치였다. 이렇게 되도록, 우리는 막지 못했다. 왜였을까?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이어서 또 하나의 질문이 꼬리를 문다. 비슷한 일이 또다시 비슷한 논리로 진행되면서 푼돈을 푼다면, 그때는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제라도 진심으로 정직해져야 한다. 정말 몰랐는가? 희대의 거짓말에 그저 속은 것일 뿐인가?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어 ‘불도저’라 불리던 그, BBK가 누구 것이냐는 명명백백한 사실관계조차 “주어 없음”이라는 교묘한 글자 배치로 비껴가며 대통령 당선을 거머쥔 그다. 여론의 반대로 그 탐욕의 집대성인 ‘대운하’를 전면 수정했을 것임을 정말 믿었다고? 믿음이 가서가 아니라, 믿고 싶은 나약한 마음이 아니었던가? 그의 말은 항상 일관적이었다. 뭉칫돈을 오가게 할 대규모 토목공사를 향한 VIP 지시는 한 번도 ‘수정’된 적이 없었다. 여론무마용으로 창작된 ‘사대강 살리기’라는 이름과 함께 “표방은 1~2미터, 실제는 6미터”라는 지침이 하달됐을 뿐이다.
 
국정농단 이전에 국어(國語)농단으로 시작한 정권이었다. 국어를 사전적 의미가 아닌 정권 이익에 부합하는 대로 자의적(恣意的)으로 사용하고 훼손했다. 물 이전에 말이 오염됐다.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한반도 대운하’로 국토를 갈아엎을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고, 완공 때까지 언론통제와 댓글조작 및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총동원했다. 바뀐 거라곤, 민간자본유치에서 국책사업으로 변경돼 22조 2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사실뿐이다. 영화 <삽질>은 이것을 똑똑히 확인시키는 뼈아픈 기록이다. 
 
강이 죽었다. 썩어문드러진 채 붉은 피보다 더 진한 녹조로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거기,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게끔 망가진 강이 우리를 울린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6미터 깊이의 시멘트 어항 속에서 썩어간 것은 우리의 마음이었다. 양심을 따르지 못한 비겁함의 밑바닥이었다. 땅과 물과 사람이 분리된 것이 아니며, 서로 이어진 유기체임을 돈 앞에 잠시 잊고자했던 대가였다. 거기 순직자 희생비가 있으며 인부 22인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숨겨졌다. 부역자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 대다수가 지금도 대학교수 직함을 달고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부디 인류사의 철칙인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순리대로, 공동체에 죄 지은 자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겠으나 이 또한 우리가 의지를 갖고 수고해야 할 과제가 됐다. 보 철거를 막는 세력은 여전히 힘이 세다. 저절로 되살아나는 것은 없다. 엄중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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