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뜨거워지는 출발이었다. 대형 화면이 담아내는 고미술품들은 만져질 듯 실감났고, 그림 속 혹은 역사 속의 한 순간을 떠낸 느낌마저 주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시청자로 하여금 천년도 더 이전의 ‘우리’에 대해, 그렇게 면면히 이어져 온 공동체 속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등장한 작품들부터가 놀라웠다. 360여명의 일하는 백성이 주인공인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의자왕의 진정한 면모를 짐작케 하는 바둑판,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의 한글 찻잔. 뜻밖의 보물들을 통해, 아득히 묻혀 있던 ‘우리’라는 실제적 감각이 재발견되고 있었다.
지난 3월 26일 정규 첫 방송된 ‘천상의 컬렉션’(KBS1)은, 시사교양프로임에도 이른바 전문가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섯 명의 연예인 호스트가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문화재를 하나씩 소개하고 현장평가단 백 명이 투표해 최고의 보물을 뽑는다. 보물들이 주인공인 셈이다. 제작과정에서 철저한 자문을 거친다니, 역사왜곡 염려도 없다. 그저 더 넓고 풍성해진 해석의 다양성을 즐기면 된다. 지난해 연말 두 차례의 파일럿 방송이 호평 받았던 이유다.
오랜만에 공영방송다운 기술력과 사명감까지 아우른 시도였다. 예술이 공동체의 삶에 어떻게 재발견과 의미부여라는 기여를 해낼 수 있는지 하나의 시험대가 될 만하다. 첫 방송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고미술품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가치란, 언제고 다시 발견되고 새로이 매겨질 수 있는 것이었다.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가치’에 대한 기존의 둔중한 축 또한 자리 이동하기 마련임을 대변하는 무대였다.
우리가 지금 시급히 되살려야 할 것은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잃어버린 긍지를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방송은 시청자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 기나긴 오해와 누명을 감내해야 했던 백제 의자왕의 비애가, 일본에 선물했던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내쏟으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청자가 선택한 첫 ‘보물’이었다. 끊어진 줄만 알았던 이야기들이 이렇게 돌아오고 있다. 오랜만에,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