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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군함도(2017)

- 영화라는 집단기억의 창고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제격인 영화라고 여겼다. 다들 흥행을 쉽게 점친 것도 이런 특성이 더해져서였다. 작은 화면으로 보면 아무래도 아쉬울 영화였다. 류승완 감독에 대한 (재미)기대와 함께,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멀티캐스팅이 주는 예상 흥행치가 높았다. 명실상부한 여름대작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개봉 당일 새벽의 이른바 평점 테러는 잔인했지만, 이후 ‘군함도’가 겪어야 했던 일들의 시작에 불과했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의 소감은 묻히고, ‘보지도 않았지만 쓰레기’라는 식의 악평이 난무했다. 700여만의 관객이 들었지만, “나는 좋았다.”고 말하려면 어쩐지 용기가 필요한 기이한 분위기였다.
영화 ‘군함도’는 친일청산과 부역자 처단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함과 동시에, 노동착취와 임금체불이라는 낱말을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임금체계를 설명하는 길고 딱딱한 매뉴얼 낭독은, 군함도에 끌려와 처박힘과 동시에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이 매뉴얼은 겉으로는 일견 그럴싸하다. 문제는 그 당시는 물론 현재 2017년까지 실제로 ‘돈’을 받은 조선인이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수칙은 (지킬 의사 없는) 공수표였다. 관객은 저절로 뇌까리게 된다.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지!’

강제징용 문제의 본질은, 끔찍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을 (속여서) 시켰을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게 묵인되는 식민지 상황, 게다가 ‘5년짜리 국채’라는 종잇조각으로 조직적으로 임금을 떼먹은 임금체불까지를 포함한다. 일본은 아직도 정당한 보상은커녕 이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조선의 노동력을 취급한 방식은 아주 정교한 시스템이었다. 식민지 말기로 갈수록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져서 각 개인은 그저 전쟁물자나 소모품이었으리라.

엄청난 제작비의 대부분이 들어간 ‘군함도 세트’는, 이 지옥의 시스템을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G가 아닌 거대한 세트장을 짓고 그 생지옥에서 수많은 이들을 부대끼게 만든다. 이 미련한 행보의 진정성은 여기에 있다. 역사적 실화인 군함도를 다룬 첫 영화로서의 사명감으로 보인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들조차, 청산 못한 친일잔재의 (여전한) 역습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정면으로 들여다보기를 이렇게까지 불편해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군함도로 상징되는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는 이제야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른 듯하다. 지하 1000미터 갱도 아래 밀봉됐던 시간의 벽을 뚫고, ‘현재’의 화두가 된 것 자체가 뜻깊다. 환영한다, 그 눈물겨운 탈출과 귀환을!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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