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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뉴 논스톱’ 이후의 이야기 ‘다시, 스물’

덕분에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해

한때 텔레비전에서 매일같이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주 5회 방영되던 MBC <청춘시트콤 뉴 논스톱> 얘기다.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총 422부작이었다. ‘까까머리 조인성, 네모공주 박경림, 구리구리 양동근, 어리바리 장나라’가 대학에 가(기만 하)면 볼 수 있는 얼굴들일 줄 알았다는 시청소감이 있을 정도다. 10월 1일 방송된 MBC 스페셜 <청춘다큐 다시, 스물-뉴 논스톱편> 1부는 당시 갓 스물이던 배우들이 18년만에 한 곳에 모인 동창회를 보여준다. 스타가 된 그들은 ‘연기라기보다 그 나이 때의 자신’이었다고 회고한다.      


정겨운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대중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과로와 자괴감과 싸우며 마냥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을 압박감, 심지어 ‘죽음’을 날마다 생각했으나 아무도 눈치 못 챘던 신인의 고통, 그 안에도 있었던 ‘구조조정’ 아니 해고, 환호 속에 살았으되 정작 자신은 전혀 기억이 없는 ‘연기 로봇’이었다는 고백. 그 속내를 이제야 털어놓는 그들 앞에서 고맙고 미안했다. 자신을 알리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가치’는 소중했지만, 그 때 그들은 별 준비도 갖춰지지 않은 촬영장에서 자신을 내던져 소비하고 용을 쓰다 소진돼 갔을지도 모른다. 현장은 실상 사자 우리 못잖은 살벌한 일터였을 것이다. 당시 방송국은 호황이었고 세상은 (아직)여전히 고성장 사회로 보였고, 무명 신인이었던 그들은 넘치는 ‘방송물자’ 중 하나로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던 건 아닐까. 해설자를 맡은 박경림은 “나만 즐거웠나?”고 자책하지만, 과로로 녹화 중 실신까지 했던 그의 살아남기 위한 자기최면이 없진 않았으리라. 사람을 아낄 수 없는 현장이 당연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라쇼몽:다른 기억/ 내가 아는 너는 진짜 너일까”라는 자막이 화면에 새겨지고 나면 시청자는 이 동창회의 진정한 목적이 서로에 대한 치유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라쇼몽’ 현상은 1950년 개봉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제목에서 따온 단어로, 하나의 사건일지라도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름을 뜻한다. 즉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한 시절을 함께 살아왔지만 같은 세상을 산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의 말도 인상적이다. “요즘 ‘청춘’은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예전 청춘만큼 아름답거나 따뜻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춘시트콤은 ‘논스톱’시리즈가 더 이상 통하지 않던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사라졌다. 그 이전부터 진행된 비정규직화가 드디어 우리사회에 만연해진 후다. 하나의 시트콤을 넘어 한 시대의 부표였음을 이제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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