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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응답하라 1988’, 그리운 것들이 뒤를 돌아보게 할 때

- TV가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

얼마 전 tvN에서 방영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위로의 드라마다. 상상력이 그리움을 불러내고 살을 입힌 그 과거의 세계 속에 잠시나마 푹 잠겨 있고 싶은 기분이다. 어떻게 이리 시청자의 마음을 잘 헤아렸을까.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가 워낙 ‘백 투 더 퓨처’ 류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긴 했지만, 1988년으로 돌아간 세 번째 이야기는 이전 시리즈 보다 더 기특(?)하다. 1997과 1994와는 다른, 뭔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세상을 통째로 재현한 느낌이랄까. 우리가 지금 TV를 통해 뭘 보고 싶어 하는지,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 사라진 존재들, 되돌릴 수 없는 삶의 양태들에 대한 수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아니 마음을 뒤흔들었다.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격인 다섯 아이들은 극중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나온다. 서울 쌍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은 1971년생이다. 1988년에 서울올림픽이라는 감격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고교시절을 보낸 그들의 이야기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희망에 차 있을 거라는 설렘과 기대 속에서 온 나라가 꿈에 부풀어 있던 그 시절. 대망의 ‘선진국’ 진입이 올림픽과 함께 드디어 우리들에게도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87년 여름으로부터 얻어낸 민주주의의 소망도 우리를 벅차게 하던 시절이었다.

시골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똑똑했기에 상고를 갔던 아버지 ‘성동일’이 ‘한일은행 근속 20년 기념’ 화분을 집에 들고 오는 게 당연했던 시절, 그 아버지가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행복한 가장으로 살아갈 수 있던 시절의 얘기였다. 작은 부자가 동네 골목을 이따금 잔치 분위기로 만드는 나름의 풍요로움도 좋았다.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은 ‘응팔’ 세대들에게, 이것은 꿈도 현실도 아닌 잊혀진 전설이다. 지금은 없어진 ‘한일은행’보다, 지금은 아예 꿈도 꾸기 어려운 ‘20년 근속’ 보다, 상고를 나와 보란 듯이 살았던 어떤 긍지 자체가 깨져버렸다.

그 이후에 우리 사회가 겪은 일들을 고스란히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수십년 전으로 퇴보하는 듯한 ‘국정교과서’의 계절까지 견뎌야 하는 우리에게, 1988년의 이야기는 어딘가 서글픔을 준다. 그때는 왜 그리 미래가 장밋빛으로 보였을까.

청소년 자녀를 둔 아직은 팔팔한 극중 부모들의 모습 속에, 우리가 그리워하는 수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이 추운 계절에,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드라마가 한 편 등장했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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