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4년만의 TV 강의는 JTBC <차이나는 도올>을 통해 일요일 밤 8시30분에 방영된다. 12회 예정인데, 이제 3회가 남았을 뿐이다. 본방보다 다시보기의 시청률이 현저히 높은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청을 권할 만한 포맷이다. 굳이 ‘예능’의 형태로 찾아온 것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차이나는 도올> 1강에서 ‘도올 선생님’은 첫 등장부터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시진핑을 알아야 하는가? 현재 14억 중국의 1인자인 그를,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07년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전 세계적으로 무명이었던 시진핑. 14억 중의 한 명에 불과했던 그가 국가주석이 된 것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 같고, 이후 부패척결에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의 행보와 지도력에도 귀가 솔깃해졌다. 단편적인 보도와 뉴스들만으로는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스케일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도올 선생님은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선언한다. “중국은, 우리한테 던져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한국인으로서 동아시아에서 산다는 것은 중국이라는 문제를 이미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함수를 넣어야만, 우리의 인생과 한국의 문제가 풀린다.”
중국 청년들에게 공산당원이 되는 것은 꿈이고 성공의 길이며, 공산당원의 숫자만도 무려 8천8백만명이라고 한다. 당원에서 제명되는 것은 곧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면서 입당할 때의 선서문도 낭독했다. 한 사람의 동시대인으로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는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로 끝나는 이 절절한 맹세의 말들은 가히 종교의 종신서원에 비견될 만했다. 평생토록 이 서약을 지키겠다는 선서 앞에서 무지만을 깨달았다. 현재의 중국의 근간을 이루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지금 우리는 ‘이념’ 혹은 여러 편견에 막혀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무지해졌나. 그저 중국을 막연한 ‘시장’으로만 보고 있는 것일까.
도올은 모택동에 대해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상파에서라면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야말로, 지금의 정세를 알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다.
<차이나는 도올>에는 박철민, 호란, 신보라를 비롯한 10명의 ‘제자’들이 출연한다. 딱 강의에 집중하기 좋은 정도의 ‘분위기 띄우기’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제자들이다. 이전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전통적 강의를 펼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도올 선생님은 이 ‘교실’ 안에서도 소통과 공감을 대단히 중요시 여긴다. 제자들이 이해했는지를 꼭 짚고 넘어간다. 우리 역사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름답다 못해 곡진하게 펼쳐진다.
유장하고 대단한 영웅호걸들의 분투기를 듣다보면 1강의 질문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지금 중국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중국 역사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중국은 어떤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언제고 중국을 통해 우리가 알아내야 할 것은 우리의 인생과 역사 그리고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