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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저수지 게임(2017)

-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그 자리는, 에너지 도둑을 위한 최적의 관직이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아무도 입 벙긋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커다란 저수지가, 그러니까 이 나라 사상초유의 거대한 금고가 생겨났다. 캐나다를 거쳐 조세 회피처 케이맨 군도로 들어가기만 하면 사라지는 돈들이 어마어마했다. 전부, 혈세였다.

영화 <저수지 게임>은 ‘프로젝트 부(不)’의 다큐멘터리 3부작 중 <더 플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뉴욕, 토론토, 케이맨 군도 등 해외를 넘나들며 그분의 비자금 저수지를 찾는 주진우 기자의 추적 과정을 따라다니는 과정을 그렸다. 하도 거액이라 실감도 안 나는 그 숫자들은 케이맨 군도에 닿으면 겉으로는 (모조리)공중분해 됐다. 실제로는 저수지 안에 차곡차곡 고였을 것이라는 게, 영화 <저수지 게임>의 추정이다. “도둑적으로 완벽한”이라는 세간의 구설은 빈말이 아니었다.

돈을 대출해 주고 ‘손해’를 감수한 은행은 있지만, 그 흔한 소송 한 번이 없었다. 은행은 스스로 모든 관련 자료와 ‘빚’을 말소시켰다.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은행 스스로 그랬다. 그러면서 그 은행을 믿고(?) 분양사기에 ‘투자’했던 수천 명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다. ‘은행 빚’이라면 피눈물 날 사연을 가진 대다수 서민들 입장에선 아연실색할 일이다. 대체 은행이 왜? 물론, 단 한 사람에게만 적용됐던 특혜다. 영화 속에서는.

말하자면 거기는 ‘은행’이 아니었다. 한 개인의 사적 금고였다. 그런데 저수지를 판 ‘노동력’도 흘러들어간 ‘물’도 관리인마저, 공공재라고 밖엔 여길 수 없는 정황이다. 이를 어쩔 것인가? 210억짜리 ‘작은’ 사건에 대해 소송만 걸면, ‘저수지’의 규모 혹은 면모가 드러난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손도 대지 않았다. 지난 9년 동안은.

이 영화에는 (의외로)속 시원한 추적과정 따위는 없다. “그런데, 농협은 왜 소송을 안 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하며 국내외 여러 곳을 도는 고단한 노정이 반복될 뿐이다. 결국은 누군가 용단을 내려 ‘제보’를 해주어야만 풀릴 퍼즐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영화로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조감도 전체가 보일 뿐 아니라, 퍼즐의 빈 곳이 한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머지 조각들을 다 찾아낼 때만이, 우리의 혈세와 세월과 눈물을 모두 빨아들인 가공할 저수지가 가늠될 것이다. ‘밑 빠진 독’이었던 한 시절과 열심히 일을 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기만 했던 (실제로)뼈 빠지는 노동지옥의 시작점이 감지될 것이다. 영화가 흥행해, 현실로 줄 소송이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싶어진다. 저수지에 저당 잡혔던 ‘미래’의 물길이 터질 그날을, 그 돈이 모두의 희망으로 탈바꿈하게 될 극적인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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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