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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벌새(2018)

-소녀는 자라나 우주를 품으리니

여자아이의 성장은 남자아이가 자라는 방식과는 다를 것이다. 수많은 차이가 엄연히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자아이보다 결코 ‘얌전’하거나 수월한 성장통일 리 없다는 점이다. 소녀들이 ‘무난히’ 클 거라는 편견 속에는 사실 사회적 강요가 배어있다.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나타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숱한 ‘평범한’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세상에 눈길 주는 이는 드물어도, 아이들은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성장을 거듭한다. 평범하다는 뜻은, 공부를 잘 해 눈에 띄거나 장차 서울대생이 될 법한 기대주 몇몇을 뺀 대다수를 가리키는 동시에, 큰 사고나 이변 없이 무사한 우리들 일상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 때 그 순간의 다리나 버스, 배를 비껴간 운 좋음 같은 안도 말이다.


김보라 감독의 “놀랍도록 성숙한 데뷔작” 영화 <벌새(House of Hummingbird)>는 1994년을 사는 중2 은희의 이야기다. 가장 보통의 중학생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은희의 요란하고 혼란스럽던 한 시절은 하필 그해 10월 21일을 지나며 마디를 남긴다. 성수대교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로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했다. 불과 25년 전 어느 아침이었다.  


영화는 말한다. 평범한 성장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누군가의 표정이나 눈빛을 세심하게 살피고 읽지 않을 때나 둘러댈 관용구는 아닌가. 당사자는 그 매번의 날갯짓에 목숨을 걸며 날마다 피나는 비행연습을 했을 터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이 세상 가장 미세한 구석에서 벌이던 그 치열한 몸짓들이 떠올라 관객이 울컥해지는 지점이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지금도 선연한 기억들은 ‘누구나 겪는’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 힘든’ 서러움이다. 얼마나 격렬하게 그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건너왔는지도 나만 안다. 심지어 “내가 나를 좋아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알려주며 위로의 차를 건넬 ‘영지 선생님’ 같은 어른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게 성장기의 고충이다. “얼굴을 아는 이는 천지에 가득하나, 마음을 아는 이는 몇이나 될꼬?” 초록 칠판에 적힌 한문강독 구절이 심장을 찌르는 이유다. 정작 얼굴만 아는 이들을 의식해 겉치레에 사로잡혀 살기 일쑤인 우리들. 마음 알아주는 이를 단 한 명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 순간 삶의 결이 달라진다는 경이로움을 ‘벌새’는 참 투명하게 그려낸다.


소녀가 자라나는 동안에는 곁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언니들이 손을 맞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자란다. 친구, 선생님, 언니, 엄마, 이모, 고모, 할머니... 이 과정을 나보다 먼저 체화시킨 이들이 삶으로부터 배워 일러주는 ‘쪽지’같은 지혜다. 소녀에게 하늘이 내려주시는 동아줄이다. 그 많았을 무시와 폭력과 잔인한 하대를 건너 자신만의 찬란한 성장을 이뤄낸 이 세상 모든 벌새들의 날갯짓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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