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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드라마 속 ‘피로한’ 관계들

- 상생 없는 극한은 피하길

“다들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까 세상이 안 바뀌는 겁니다.”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 <귓속말>의 핵심적 대사다. 얽히고설킨 먹이사슬 같은 정·재계와 법조계의 구조적 비리를 타파하려는 양심의 소리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탄핵과 장미 대선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현실을 곧장 반영한 듯한 시의성까지 겸비해 시청률도 높았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정의감을 반전의 연속인 ‘긴장’ 속에 미니시리즈로 보는 일은 생각보다 꽤 피로했다.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인생들을 보는 일도 사실 힘들었다. 비극과 파국으로만 치닫는 구조일수록, 개인의 실수가 주요 얼개가 되기도 했다. 거대악과의 전면전을 다루었지만, 되레 ‘개인의 탓’이 커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사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슷한 설정과 흐름의 드라마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법정물 자체에 질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2017년은 ‘법’이라는 영역이 현실과 드라마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때로는 칼 대신 법전을 든 영웅담 같기도 했다. 그만큼 도처가 살풍경했다. 희망은 멀리에 있었고,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고단했다. 올해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작가의 사회 비판적 인식을 두드러지게 담아낸 점도 그래서일 것이다.

감옥 같은 갑갑함과 하루아침에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절망,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사지(死地)로부터의 극적인 생환. 많은 작품들의 공통 정서다. 물론 주인공들은 시련과 오해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상 악역이 돋보이고 사회악을 매우 상세히 그려야 했다. 매 순간이 극단적이니, 등장인물들은 점차 ‘사건’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처럼 되어갔다. 사람이 아닌 상황이 주인공 같았다. 음모와 반전, 복수 자체가 극의 흐름을 압도했다. 등장인물들은 점점 더 신출귀몰해졌으나, 시청자의 피로감도 이에 비례했다.

갈수록 우리의 삶이 강퍅해지기에 드라마가 점점 ‘독해진’ 것일 수도 있다. 허나 그럴수록 심금을 울리는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순하고 ‘착한’ 드라마가 어떻게 하면 이런 방송환경 속에서도 가능할지를 고심하게 된다. TV드라마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인간의 면모는 무엇일까? 부쩍 현란한 드라마가 많아진 요즘, 의외로 사람의 ‘마음’은 뒷전으로 밀리는 듯하다. 드라마는 영화만큼 압축적일 수도, 뉴스나 실화보다 충격적일 수도 없다. 시청자가 드라마에 바라는 고유한 맛은 다른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소소하고 시시한 일상사를 정겹고 따뜻하게 그려주던 드라마들이 더욱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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