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눈에 확 띈 개인(個人)은 최관장(류승룡 분)이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밴 그는, 이 드라마 유일의 ‘진짜’ 게이였고 가장 성숙한 개인이었다. 배려와 연대야말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임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인물이었다.
일견 부와 명성을 거머쥔 듯했던 최관장은 게이라는 취향 때문에 사랑 앞에서 상처받는 약자였다. 어쩌면 그의 인품은 약자이기 때문에 형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가장 남자다운 남자였던 그를 통해 동성애자 캐릭터의 진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김수현 작가가 쓰는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화제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장손인 내과의사 태섭(송창의 분)이 애인 경수(이상우 분)와 펼치는 러브신들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아니, 실은 가족들의 반응이 찬반론의 중심이다. 태섭이 커밍아웃을 한 것까지는 예상된 플롯이었다. 문제는 부모의 리액션이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무조건 감싸주기로 다짐이라도 한 것 같은 한없이 너그러운 태도가 오히려 시청자를 불편하게 한다. 이는 서로의 차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고 보이지 않았다. 전문직임에도 가족을 떠나지 못하고 독립 못한 겁쟁이 아들보다, 부모가 더 겁에 질려 보였을 뿐이다.
나름 좋은 부모인 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어울리지 않는 ‘선처’를 베푸느라, 부모는 서로 부둥켜 안고 남몰래 울기만 했다. 부모가 너무 슬피 울면서 입으로는 “미안하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어”라고 하니 자식은 그야말로 천하에 죽일 놈이 돼버린다.
재혼인 양병태(김영철 분)-김민재(김해숙 분) 부부에게 태섭은 남편이 이전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자 장손이다. 이 드라마는 태섭의 고답적인 집안 내 위치를 갈등의 핵으로 삼았다. 민재가 태섭에게 보인 첫 반응은 “나 때문이니?” 곧바로 이어진 태섭의 대사에 시청자도 공감 백배였다. “무슨 그런 무지한 소리를 하세요?”
재혼으로 ‘나의 아이, 너의 아이, 우리의 아이’가 함께 사는 가족, 게다가 팔순 시모와 마누라가 다섯이었다 뻔뻔하게 귀환한 팔순 시부에 시동생들까지 삼대 12명이 사는 대가족이라니.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펜션이 붙은 이 비현실 속의 ‘그림 같은 집’은 참으로 이 집과 어울리지 않게 현실의 첨예한 갈등인 동성애 논란으로 시청률을 잡고 있다.
사람이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 때 타인의 취향이나 차이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숨이 막히게 서로에게 집착하는 수다와 간섭의 공동체 속에서 태섭이 자신과 경수를 위해 진작할 일은 독립이어야 했다. 한 개인이 사생활을 지키려면 부모와는 단절하라는 경고로까지 읽힌다. 인생이 아름다우려면 각자 세대별 취향별로 알아서 자주독립하라, 김수현 작가가 자신도 모르게 이율배반적으로 전하는 깨우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