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얘기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종반부에는 그에 못지않은 질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그렇지 뭐’라는 쓰디쓴 위안(?)이 종반 시청 소감이 됐다. 시청자가 무관심하면 조기종영이, 너무 관심 가지면 고무줄 연장(延長)이 기다리고 있는 게 TV 드라마들의 관행임을 입증한 셈이다. 지난 1월 14일 방송분에서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는 ‘상상암’ 진단을 받았다. 뒤이어 암세포가 해당 조직 바닥에 깔려 있다는 설명을 붙여 ‘바닥암’까지 등장했다. ‘바닥암’도 ‘상상암’도 의학정보와 무관한 ‘글짓기’의 세계이다. 결국 시간을 (질질)끌다 ‘진짜 암’이 선고됐고 아버지는 돌아가신다. 용두사미의 주말용 가족잔혹극이었다. ‘상상암’은 아버지를 살릴 의도조차 없었던, 시청률을 위한 노림수였나.
애초부터 정해진 줄거리이며 전개였다고 제작진은 항변할지 모른다. 연장까지 무려 52회간 가족이야기를 풀어내야 했기에, 무리수는 없을 수 없겠다. 그러나 새삼 홈페이지의 ‘소개’를 다시 읽어보게 된다. 원래 하려던 얘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 드라마.”
그러니 주인공 서지안(신혜선 분)의 ‘인생역전’이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명시돼 있듯이, 시작은 “가짜”였다. 어쩌면 이 연속극을 관통하는 요소는 가짜이면서 진짜 같은 허상들인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유독 사랑했던 아버지 캐릭터 서태수의 말년에 대한 개연성은, 흐름상 곁가지였을 수 있다. 뒤바뀐 자매의 보조자 역할에 불과한 것을 배우 천호진의 연기력이 실감나는 아버지로 탈바꿈시킨.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가는, 그 어려운 과제를 달성했기에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아꼈다. 기본 구도나 설정은 진부한데,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서 하는 태도나 선택이 꽤 현실적이긴 했다. 실제 젊은이들의 고민이나 힘겨운 일상 등을 진지하게 담아냈고, 각 세대별 인물을 개성 있게 그려준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뛰어났다. 이들의 자연스러움에 시청자들이 점차 설득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벌가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 여전히 백마 탄 왕자, 인생역전의 꿈이 바탕이다. 결국은 로맨스도 행복도 ‘황금’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돈이 모든 인물을 옥죈다. 극중 젊은이들이 자립하려고 갖은 애를 쓰면 쓸수록, 해성그룹의 위용만 더 돋보였다. 과유불급, 역시 TV 앞에서는 진리다. 일장춘몽에 너무 심취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