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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능력자들’, 깊이 사랑하는 게 ‘능력’의 초심

- 아끼는 것을 위한 오랜 연마와 헌신

능력자들이 이렇게나 많았을 줄이야! 그 사랑과 탐구의 역사가 어찌나 다양하고 방대한지 놀라울 뿐이다. 목요일 밤 MBC ‘능력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좀 과장하자면 소우주의 운행이라도 살짝 엿보는 기분이다. 예능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의 가장 내밀하고 탄탄한 ‘덕후’의 세계가 주는 감탄은 스튜디오를 존경심으로 가득 채우곤 한다.

돈이 되기는커녕 자신의 돈과 시간과 체력을 한없이 들여야만 덕후가 된다. 유용성을 생각했다면 시작도 말았어야 할 그 장구한 덕질은 애초부터 ‘쓸모’ 바깥에 존재한다. 주변의 온갖 지청구와 무시 속에서도 꿋꿋이 그 ‘사랑하는 것’을 지켜온 우직함은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파일럿 프로에서 정규 편성이 된 후 27회 동안 ‘능력자들’에는 전국의 독특한 ‘덕후‘들이 출연해 내공을 펼쳐 보이며 매회 놀라움을 주었다. 덕후란 한 분야에 빠져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일본어 ‘오타쿠’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이 프로그램은 첫 회 첫 시작부터 이를 설명하며, ‘세상이 덕후를 존경하다’라는 자막도 띄웠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덕후를 ‘존경’하지는 않으며 어쩌면 그간 무관심했던 게 아닐까. 좋아서 하는 일에, 우리사회는 그간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돈과 스펙이 어떤 일에 대한 유일한 추진력이 된 듯한 강박적인 사회이니 말이다.

그걸 제일 잘 아는 것은 덕후 자신들이다. 스튜디오를 메운 덕후이며 능력자이며 방청객인 그들은 종이상자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다. 그날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그렇게 등장한다. 잠시 후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때 종이상자를 벗는다. 덕후와 덕질에는 남모르는 가운데의 활동이 많았음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들이 얼굴을 내밀고 그간의 ‘이력’을 얘기하면서 ‘사람이 달리 보이는’ 환한 표정을 보여주는 자체가 이 방송의 소중한 성과다. 10년쯤은 아주 당연한 수련과정으로 여겨지는 이 덕후의 세계는, 입문이 어렵지 어쩌면 빠져들면 들수록 사람과 대상이 혼연일체가 되는 듯도 하다.

제작진의 선정 기준도 ‘타인이 보기에 무모할 정도로 빠져있는 순수함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스스로 좋아서 거기까지 이른 ‘능력자’는, 때로 신비감이 느껴질 정도의 깊이를 보여준다. 한 사람이 하나의 대상을 얼마나 열렬히 진지하게 터득했는지를, 방송은 짧고 굵게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형식이지만 점수와 무관하게 그들은 모두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이 많은 능력자들의 다양한 힘을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나누고 누릴 수 있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이 에너지들이 혼자만의 취미로 골방에 틀어박히는 사회야말로 고인 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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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