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8.8℃
  • 구름많음강릉 23.8℃
  • 흐림서울 29.9℃
  • 구름조금대전 32.2℃
  • 구름많음대구 32.7℃
  • 구름조금울산 32.3℃
  • 맑음광주 32.5℃
  • 맑음부산 32.2℃
  • 구름조금고창 31.8℃
  • 맑음제주 31.4℃
  • 구름많음강화 28.0℃
  • 구름조금보은 31.4℃
  • 구름조금금산 31.8℃
  • 구름조금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4.3℃
  • 구름조금거제 31.9℃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우상(2018)

-나의 가장 자라지 않은 부분

몰랐을 때 인간은 극도로 편향적이 될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은 때로 신앙보다 더 확고한 핑계가 되어 맹목(盲目)에 가속기를 달아준다. 모르기에 떳떳할 수 있다고 (비겁하게도)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모른다’로 일관하던 자가 결코 보지 않으려던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던가? 영화 <우상>이 던지는 숱한 질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악평을 각오하고 우리 사회의 뇌관을 찌른다. 막상 정곡을 찌르고 보니, 질문은 무더기로 사방에서 쏟아져 내린다. <우상>이 주는 일차적 당혹감이다. 봇물 터진 질문은 더 많은 의구심으로 분열한다. 감수분열의 속도로. 답은 어디선가 속수무책으로 붕괴해버렸다.


이 영화는 가파르게, 통회(痛悔)하는 영혼의 ‘진심’의 흔적을 따라갔다고 본다.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때란,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다른 것들을 중요시 여길 때다. ‘죽은 것’을 붙잡고 매달리느라 산 것들의 숨이 끊어지게 되는 일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손에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일이다. 누가 누구를 짓눌러야 굴러가는 시스템을 (폭력적으로라도)지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제단’에 바쳐온 것일까. 권력욕에 사로잡힌 구명회(한석규 분)나, 핏줄(실은 호적)에 집착하는 유중식(설경구 분)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미 동조자다. 


불행의 연쇄 고리에 대한 근원을 파고들어가 보면,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상황을 불러들인 저마다의 이기심이 있다. 참담하고 아프지만 외면해선 안 될 진실이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는 한, 그 집요한 쳇바퀴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수진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냈다고 본다. 아직은 시기상조라 향내를 머금고만 있는, 련화(천우희 분)가 섰던 목련나무 꽃망울처럼 설익었을지라도.

 
환대받지 못할 줄 알지만 해야 되는 이야기가 있다. 기다려주었다면 능히 꽃피웠을 그 생명력을, 차마 받아줄 데가 없는 이 척박함 또한 우리의 처량함이다. 등장할 때도 ‘실종’이었던 련화는 마지막도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교통사고로 모든 게 시작된 이유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만천하에 ‘보이게’ 끄집어내서다. 남성과 여성이 ‘지배권’을 놓고 제도의 이름으로 치러온 전쟁들이 인류사를 피로 적셔왔음도, 파괴의 한바탕 회오리 속에서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한쪽이 한쪽을 제압해봤자 남은 건 핏물 흥건히 고인 바닥뿐이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버려뒀던 자신의 ‘가장 자라지 못한 부분’을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가 깎고 다듬어 조각(彫刻)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미성숙뿐이리니. 

관련기사





[기자칼럼] 렉카유튜버, 혐오가 돈이 되는 세상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고, 양방향 소통 매체인 유튜브가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유튜버’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클릭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소위 ‘렉카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렉카유튜버’는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나 사건 등을 영상화하여, 해당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유튜버다. 과거엔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이슈유튜버로 정의됐지만, 사건에 대해 모욕과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난폭운전으로 사고 현장에 달려오는 렉카(사설 견인차)와 비슷해 렉카유튜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타인의 이슈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전달해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라도 단독으로 내용을 전달하면, 유튜버의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가 증가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기기도 하는 등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기로 고액을 후원하는 시청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