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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오 마이 비너스’, 몸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 몸을 수단화 하는 로맨스는 아니길

그녀는 원래 ‘대구 비너스’였다. 그런데 공부에 매진해 변호사가 되고 보니, 살들은 여기저기 있는 대로 붙어 몸무게는 77kg에 이르렀고 미모는 살 속에 파묻혔다고 한다. KBS 2TV <오 마이 비너스>는 ‘고대 비너스’ 몸매로 역변한 왕년의 미인 얘기다. 주인공 강주은(신민아 분) 스스로가 회상하듯 “주변 모든 남자애들의 첫사랑”이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다. 15년 동안 충직했으며 지금은 헤어져 (하필) 주은의 친구 오수진(유인영 분)과 연애 중인 임우식(정겨운 분)이 이를 누구보다 잘 증명할 수 있다. 드라마 시작 당시 주은은 성질만 고약할 뿐 예쁘지도 자신을 돌보지도 못하는 ‘망가진’ 상태였으나, 우식은 주은 곁을 자기도 모르게 맴돌고 있다. 관성 때문일까, 주은의 매력 탓일까.

그는 재벌가의 유일한 상속자다. ‘존 킴’으로 미국에서 명성을 얻은 비밀 트레이너인 동시에, 재벌 외할머니를 둔 김영호(소지섭 분)는 강주은과 “자꾸 쓰러지고 자꾸 구해주는 사이”다. 두 번이나 응급상황에서 소생시켜주고, 그만의 탁월한 훈련 방법으로 불과 몇 주만에 77kg에서 15kg나 감량시켰다. 방송 5회만에 강주은은 다시 왕년의 분위기를 찾았다. 소지섭은 예나 지금이나 뛰어난 옷발로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고정하게 한다. 그런 그가 트레이너 존 킴으로 맹훈을 시키는 장면들이 일견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주은과 김영호는 둘 다 일방적이다. 세상이 온통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쨌든 여신과 왕자님의 조합이다. 여신은 ‘잠시’ 미모가 망가졌다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고, 재벌가 왕자님은 엄마도 일찍 여의고 난치병으로 끔찍한 수술을 수도 없이 받았지만 최근 완치 판정이 내려졌다. 그 둘이 지금 한 집에서 기거하며 날마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몸매 만들기를 하고 있다. 소지섭이니까 용인될 법한 “니 몸은 내 마음” 식의 주문을 주입하면서 말이다. 몸매 만들기가 잘 진행되면 보상으로 ‘인생의 단맛’도 서로에게 선물하고, 기습적인 입맞춤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구사한다. 특히 엔딩 직전에 이런 장면을 넣음으로써 시청률마저 잡으려 한다.

과체중 운운할 때도 실상 ‘특수 분장’이었다. 비너스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아는 신민아의 얼굴이다. 이제 그 무거운 분장을 벗어버렸을 뿐이다. 존 킴에게도 정작 몸에 대한 트레이너로서의 철학은 들을 수 없다. 인터넷 말장난이나 유머 같은 대사들로 ‘로맨스’를 이어간다. 둘이서 ‘인생의 단맛’은 다 누리고 있다. 시청자는 어디에 공감하며 봐야할까. 앞으로의 전개가 그리 궁금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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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