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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레슬러(2018)

- 왜 하필이면? 왜 지금?

막상 가족과 ‘대화’라는 걸 시도해보면 우리는 하릴없이 이런 판에 박은 말이나 내뱉게 된다. “나랑 대화하기 싫어?” 때로는 혼잣말이 편하고 뒤돌아서 빨래하는 게 낫다. 부모들은 한탄한다. 아이가 어릴 땐 서로 잘 통했다고. 하지만 아이 입장은 다르다. 응당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부모한테 맞춘 것뿐이라고. 부모가 웃으니 그게 취미가 됐고, 부모가 좋아하니 자기도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부모의 꿈인지 내 꿈인지 모르겠다는 폭탄선언도 나온다. 아직도 세상 떠난 아내의 밥을 매끼니 뚜껑 덮어 챙겨두고, 아들 뒷바라지로만 살아온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 속 귀보 씨는 항변한다. “이게 다 널 위해서야!”

과연 그랬을까? 실은 의심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너를 위한 게 아니라 내 욕심이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기란 괴롭다. 우물쭈물하는 동안 자식은 외나무다리에서 원수 만난 격으로 대든다.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보자는 식이다. 이쯤 되면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금메달 겨루기 못잖은 전쟁 상황이다. 레슬링 전 국가대표 귀보(유해진 분)와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 분)의 대결은 흡사 성난 소싸움을 방불케 한다. 양보란 없다. 명분은 각자 충분하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아빠 때문에 왜 평생 이걸 해야 되는데?

어느 집이나 자녀의 사춘기 혹은 본격 반항기가 닥치면 난리통이 따로 없다. 어느덧 한국형 가족영화의 한 흐름(?)이 된 듯하다.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 관객을 일단 웃기고 ‘사춘기 넘기기’라는 잔뜩 엉킨 실타래를 풀게 하는 일말이다. 이젠 관객들도 공감한다. 바뀐 상황 앞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스스로 ‘커야’하는 임무는 자식은 물론 부모에게도 적용된다. 지금껏 해온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손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할머니(나문희 분)는 명대사를 날린다. “니는 쉽지 않은 지 20년 됐지? 나는 40년째여!”

그간 한 방향만 생각하며 맹목적으로 달려왔다면, 이제 전면재고가 필요하다. 완전히 한 바퀴 돌게 될지라도. 레슬링 시합에서 결국 믿을 건 자기 자신과 훈련 중에 흘린 땀뿐이다. 맨몸으로 진솔하게 또 격하게 부딪쳐야 하는 이 운동을 매개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유쾌한 귀보나 잘생긴 성웅이나, 묘한 사랑으로 몸살을 앓는 여인들도 말하자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쉬었다 나중에’ 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여서다. 배우들의 연기 조화는 자연스런 웃음과 함께 일상의 아기자기함도 깨우치게 한다. 서로가 있어 고맙고 든든한 날들은 그렇게, 세찬 비바람 후에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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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