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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푸른 바다의 전설’, 전설의 자격

- 수족관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와 드라마

모두 안다. 여기에 ‘이야기’는 없다. SBS 새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 말이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나온다. 워낙 대단한 스타들이 포진해서인가. 좋아하는 배우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물론 시간은 잘 간다. 한 시간쯤은 금세다. 잘생긴 남녀배우들의 클로즈업만 보고 있어도, 소위 몰입의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다.

순간 집중력을 유도하는 장면들의 모음이라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다. 스타, 설화와 민담, 영화 속 장면들, 명소들, 이런 요소들의 모음도 드라마틱할 순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져서 배우 개개인의 ‘순간 매력’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이야기는 실종 상태다. 설사 ‘흥행’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운이 좋았을 뿐이다. 마치 드라마 작법이나 제작의 교본처럼 인정받으며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리 시청자를 위한 것도 아닌 오직 중국에 수출할 요량이었던 게 훤히 보이는데, 그 ‘한류전략’도 정치적 이유로 막히고 만 사례가 아닌가.

최면술까지 써가며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천하의 사기꾼 허준재(이민호 분). 장난처럼 모든 것을 손가락 하나 까딱만 하면 다 가지고 주무르는 그다. 그의 곁에는 사람이 된 인어 심청(전지현 분)이 있다. 조선시대부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데다 초능력자다. 부럽기만 한 능력자들이다. 그들에게 장애물이란 그저 (편리대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그 잃어버린 부분 기억 너머에 뭔가 대단한 사랑의 흔적이 있다는 식의 전개를 하려는 모양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의 발상지인 바다는, 초라한 (들러리)배경이다. 인어를 위한 마이다스의 보물창고 정도랄까. 그들의 ‘푸른 바다의 전설’의 성지는 여의도 63빌딩 수족관이다. 전설은 다만, 여의도 주변을 맴돈다. 세상과 유리된 수족관 속에 갇힌 채다. ‘전설’이 누군가의 사심에 복무했을 때 얼마나 좁고 답답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향점은 그저 돈 많고 화려한 삶인가.

우리가 바다에 대한 상상력을 완전히 잃었음을 이 드라마가 증명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상상력을 잃었기에, 당연히 육지에 대한 상상력이나 감각 또한 없다. 그래서 무중력 초능력 스토리가 가능해진다. 전설이 애초에 가진 기반이 이렇기에, 전개는 물거품보다 더 가볍다. 새로운 상상력을 원하는 시청자라면, 판 자체가 바뀌기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가장 깊은 바다 밑으로부터 천천히 부상해 올라올 새 이야기를 기다리자. 가짜 전설의 최면술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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