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허수경 씨가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의 ‘싱글맘’이 된 지 올 12월 31일이면 꼬박 1년이 된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며 감히 아버지 없이도 아이를 얻고자 했던 그녀는 이제 대한민국 싱글맘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그녀가 아이와 함께 ‘여자 혼자’ 살면서 겪게 될 미래를 걱정했다. ‘미혼모’와 ‘비혼모’에 대한 사전적 풀이가 검색어 순위를 달궜고, 격려의 말과 함께 악담도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엄마’가 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아이는 두 몫의 정성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도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자기 뱃속으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열망을 끝내 못 버린 어쩌면 미련할 정도의 간절함이었다. 그렇게 허수경의 딸 ‘별이’는 이 땅에 왔다. 공식적으로 사전적 의미의 첫 ‘싱글맘’의 아이였다.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성을 ‘당당히’ 물려받는 아이였다.
KBS 2TV의 휴먼 다큐 <인간극장>은 만삭일 때부터 허수경을 촬영해 육아까지 두 달 동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8년 2월 방송된 그들의 ‘가정’은 예상과 달리 너무도 충만해 보였다.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정하고 기대하지 않는 집은 이미 ‘결손’ 가정이 아니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편견’만 없다면, 엄마가 계속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은 너무도 많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은 점점 늘고 있다. TV드라마들이 싱글맘을 ‘신데렐라’로 포장하는 동안 놓쳐버린 현실적 문제-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의 발목을 죄는 가장 큰 고통이다. 실제로는 어린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칫하면 불행과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다. 사회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고, 그들의 아이가 방치 되지 않을 조치도 전적으로 엄마 ‘혼자’ 찾아야 한다. 허수경 씨 정도의 전문직 고소득 여성이 아니고서야, 사실상 도저히 아이를 혼자서 행복하게 키울 방법이 없다.
최근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이 ‘Marriage & Family’ 저널에 밝힌 연구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동거상태에 있는 엄마나 결혼을 한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있어서 비슷한 시간을 들이는 반면, 독신인 엄마들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매우 적었다. 그러나 독신인 엄마들이 결혼을 한 엄마들과 교육수준이 같고 고용상태가 비슷하다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결혼을 한 엄마들과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독신으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고용기회를 늘릴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무수한 휴먼 다큐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다. 누구나 따뜻한 보금자리와 보살핌 속에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한 부모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모든 짐을 엄마 어깨에만 지우려는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