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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장자연'이라는 이름의 노예


그녀는 노예였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했다. 술시중, 잠자리시중에 이어 해외원정 골프 접대까지 참석해야 했다. 이것이 신인배우 장자연의 사생활이었다. 노예처럼 싫은 소리 한 번 할 수 없었다. 어떤 사정이든 거부를 하면 곧 ‘보복’으로 돌아왔다. 인기 드라마 KBS <꽃보다 남자>에서 악녀 3인방이었던 장자연의 중도하차 뒤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있었다.

대중들의 눈에는 한낱 신인배우에 불과한 그녀가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생활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자살한 후에야 드러난 사실이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남긴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는 많은 남자들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된 내용이 꽤 구체적이다. 믿기도, 믿지 않기도 어려운 ‘법정 소송 문건’ 형식의 장자연 자필문서는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그 문서에 적힌 남자들의 직업과 직함이 우리를 경악케 한다. 그 문서에는 이 사회를 들어다 놨다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말 한 마디로 일개 여배우 하나쯤 매장시켜 버리는 건 일도 아닌 사람들이 장자연을 공유(共有)했다. 그리고 그 밀실 노릇을 했던 곳이 연예기획사 사무실이었다. 겉으로는 사무실이지만, 내부는 호텔 스위트룸처럼 개조되어 있다. 이것은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장자연과 관련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수사는 미적미적 지연되고 있다. 소환대상은 ‘만만한’ 연예사업 관련자들에서 머물고 있다.

‘스폰서’나 ‘남자 장자연도 있다’는 식의 가십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 ‘스폰서’는 어쨌든 거래가 아닌가. 故 장자연 씨처럼 제대로 된 대가도 없이 ‘노예 계약’으로 묶인 ‘무명 여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철저히 위계화되어 있는 여배우 세계에서, 맨 아래 신분인 신인배우들은 소모품이나 다름없다.

어찌됐던 대중은 이제 확연히 알게 됐다. 한국 사회의 최상위층 남자들이 ‘신인’ 여자 연예인을 성노예로 부려먹는 방법을 훤히 터득하고 있었으며, 그 메뉴얼을 자기네끼리 즐기는 게 ‘상류층 문화’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권력 구조에 먹이로 던져진 여배우들만 착취당하고, 또 그것이 협박의 빌미가 되어 심신이 망가져간다. ‘상품’으로 내돌리던 여배우는 ‘배우’라는 꿈의 대가를 유린당한 채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했다. 가해자들은 죄의식조차 없으며, 지금까지와 같이 그들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다.

여배우들의 자살이 계속되고 있지만 언제나 결론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매듭지어진다. 동료 여배우들이 침묵하고, 언론이 그녀들의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왜곡시켜 버린다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수사 당국의 의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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