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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국민가수' 인순이는 여전히 '거위'인가?

'거위의 꿈'에 담긴 슬픈 예언

지난 해 대통령 선거의 최고 히트곡은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었다. 대세론이 일찌감치 자리를 굳히면서, 한 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판에서는 ‘거위의 꿈’을 마치 자신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곡처럼 틀어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는 선거결과를 정리하면서, 방송에서 이 노래를 수도 없이 흘려보냈다. 갈라졌던 표심을 수습하고 위로하는 데에는 최적의 노래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이전부터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인순이는 이 노래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민가수가 됐다.

물론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은 참으로 감동적인 노래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적절한 위안과 함께 잊혀진 ‘꿈’까지 되새기게 해준다. 그러나, 나이 오십 줄의 산전수전 다 겪은 ‘국민가수’ 인순이가 날지 못하는 거위에 빗댄 ‘꿈’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말 그대로 절망이다. 혼혈로 이 땅에서 힘겹게 분투해온 인순이의 개인사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청춘에 이 노래를 듣고 감동했던 중장년층이 흰머리 늘어가는 지금, 다시, 새로이, ‘꿈’을 꿔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은 비통할 뿐이다. 중년의 가장과 학부형들에게 손에 쥔 것 없어도 ‘꿈’만으로 살아보라는 것은 부조리한 비극의 강요다.

이십대 푸르른 청춘이던 이적과 김동률이 1997년 세상에 발표했던 ‘거위의 꿈’은 그 나이의 감수성과 고민을 잘 보여주었다. 설익은 목소리와 감상적이기까지 한 내면고백, 비장한 다짐이 아름다웠던 이유다. 청춘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의 노래는 어딘가 ‘번지수’가 틀렸다. 세상이 “끝이 정해진 책”이며 “헛된 꿈은 독”이라고 말하는 기성세대를 향한 저항감은 물론, “뜻 모를 비웃음”을 등 뒤로 흘리며 꿈의 주소를 다져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삶이 안정된 궤도에서 돌고 있고, 그동안의 노고로 어느 정도는 행복해져야 마땅한 중장년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곡은 ‘필패(必敗)의 노래’가 돼버렸다. 선거판에서 이 노래를 튼 것은 패착이었다. 절정에 이른 인순이의 가창력은 더할 나위 없는 완숙미와 세련미를 갖추었으나, 그래서 더 비관적이었다. 오십 줄의 나이에도 해결되지 않은 ‘독’과 ‘비웃음’ 속에서 여전히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늙은 ‘거위’들이 사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그 노래 가사를 40대 이상이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늙어 죽을 때까지 ‘헛된 꿈’만 꾸라는 것은 부정한 권력을 옹호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설 날은 과연 올 것인가? 내년 대관 신청은 또다시 좌절되었다. 그녀가 클래식 성악가로 전향하지 않는 한 당분간 대한민국에서는 요원한 일로 보인다. 필패의 노래를 불렀던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 입성이 아닌 대관 좌절로 이슈가 된 것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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