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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대통령의 자격을 묻다

자기희생, 지도자의 최고덕목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코미디영화다. 변변히 '웃긴' 장면 하나 없다고 불평하는 관객들이 꽤 있는데, 모르는 말씀이다. 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라면 'SF'란 말인가?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현실에서 가장 멀리 있는 극단적이고 환상적인 코드들만 모아놓은 이 영화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인 것이다. 볼 때는 우습지만 보고 나면 독하고 쓴 슬픔이 몰려오는 블랙코미디라고나 할까.

장진 감독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유쾌하게' 펼쳐진다는 이 영화의 '대통령'은 의외로 단독 주인공조차 차지하지 못한다. 세 명의 대통령이 무슨 대역배우나 재연배우처럼 잠시 무대에 섰다 사라진다.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이순재나 장동건, 고두심처럼 으리으리한 배우가 아니고서는 인상에 남지조차 못할 캐스팅이다. 만일 주연상을 준다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지 관객이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주어진 대사만을 3분의 1로 한정된 ‘임기’ 안에서 재주껏 펼쳐 보일 뿐이다. 감독은 그들에게 ‘주인공’이 될 인상적인 미션으로 자기희생을 떠맡겼다. 마치 누가누가 더 희생 잘 하나를 내기하는 형국이다. 평생 쫓기고 쪼들리며 살았던 민주투사 출신 김정호(이순재 분)에게는 로또 당첨금 244억 전액을 요구한다. 퇴임을 딱 6개월 앞 둔 임기 말의 대통령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속앓이가 따른다. 김정호는 결국 깨끗이 단념한다. 영화 속의 국민은 물론 현실의 모든 관객은 그 순간 가장 공정하고 멋진 지도자의 이상을 얼핏 이순재의 얼굴에서 본다.

대한민국 최고 미남대회에서 대통령으로 뽑혀온 듯한 젊은 홀아비 차지욱(장동건 분)에게는 건강한 신장과 신비한 이미지를 제물로 요구한다. 대통령을 지냄으로써 승승장구하며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차지욱은 은둔하며 경력의 단절을 맛보게 된다. 게다가 독신생활도 더 길고 지독하게 견뎌내야 한다. 후임 한경자(고두심 분)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도 만만치 않다. 두 전임 대통령 시절에 법무부 장관과 야당 당대표를 지낸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잠시 뿐이다. ‘서민’ 남편 최창면(임하룡 분)으로 인해 대통령 재임 중 이혼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 세 사람에게 임기가 정해진 ‘직함’의 하나로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그 감투를 쓰는 순간부터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것을 내놓으라는 안팎의 요구에 시달린다. 여생의 기반이 돼 줄 돈, 신체의 일부, 사랑하는 반려자 등등 한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희생을 ‘국민’의 이름으로 뻔뻔할 정도로 당당히 요구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따른다. 거기서 ‘판타지’가 발생한다.

그렇다. 대통령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공직자다. 공직자의 기본 덕목은 자기 절제와 희생이다. 살점까지 내놓으라는 이 영화가 굳이 ‘코미디’ 형식을 빌어 국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도 한번 그런 대통령과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들의 결단과 희생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국민을 미소 짓게 하는 그런 행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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