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8℃
  • 맑음강릉 1.8℃
  • 구름많음서울 -1.0℃
  • 대전 0.2℃
  • 구름많음대구 2.0℃
  • 맑음울산 2.1℃
  • 광주 2.1℃
  • 맑음부산 3.7℃
  • 흐림고창 3.6℃
  • 제주 8.5℃
  • 구름많음강화 -0.9℃
  • 흐림보은 -0.7℃
  • 흐림금산 0.1℃
  • 구름많음강진군 3.3℃
  • 맑음경주시 2.1℃
  • 맑음거제 3.4℃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육룡이 나르샤’, 용비어천가를 팩션으로?

- 재미 요소에 가려진 쿠데타 합리화 논리

이것을 드라마로 즐겨도 되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는 제목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하게 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용비어천가>를 배운 사람이라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용비어천가 제1장에서 따온 제목이기 때문이다. “해동(海東) 육룡(六龍)이 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고성(古聖)이 동부(同符)한자시니”

<용비어천가>에 대한 사전적 풀이는 다음과 같다. “조선 세종 때 선조인 목조(穆祖)에서 태종(太宗)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 목판본. 모두 10권. 여기서 ‘육룡’은 이성계과 이방원 외에 조선 건국 후 추존된 목조(穆祖) 이안사, 익조(翼祖) 이행리(李行里), 도조(度祖) 이춘(李椿), 환조(桓祖) 이자춘을 말한다.

‘용비어천가’라는 단어가 현대 국어에서 비유적으로 가지는 속뜻은, 권력에 대한 무비판적인 찬사다. 그렇게 배웠다, 국어시간에. 국정교과서로 국어와 국사를 배우던 그 시간에도 말이다. 그때는 적어도, 비록 시험을 위해 암기는 했지만, 겉뜻과 판이한 속뜻도 들어있음을 함께 배웠던 것 같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말 그대로, 드라마로 풀어낸 용비어천가다. 겉뜻과 속뜻이 일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전의 왕조인 고려는 ‘거악(巨嶽)’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척결 대상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고려와는 완전히 무관하며, 오로지 ‘이성계’라는 장군 혈통의 왕조가 쿠데타를 통해 지배구조를 바꾼 조선이라는 나라에만 속하는 후손들인 양 그려지고 있다. 그런 이분법에 의거하지 않고는 감히 쓰지도 만들지도 못했을 ‘팩션 활극’이다.

팩션의 이름으로, ‘육룡’이라는 단어의 본래의 뜻을 바꾸고 있다. 멋지고 늠름하고 잘난 영웅호걸 6인의 무용담으로 말이다. 이성계의 역성혁명 시작과, 이방원의 역성혁명 마무리를 드라마로 다루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육룡이 나르샤’라는 제목을 달고, 그들 집안을 ‘그저 멋있게’ 호쾌한 영웅담으로 그려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박제돼 있던 ‘6조’를 하나하나 호명해, 살과 피를 가진 존재로 불러내놓고는 그저 ‘팩션’이라고 하면 끝나는 것인지 두려움마저 든다. 힘이 곧 정의라는 식의 태도도 그렇다.

연기 잘하는, 현재 주가 최고의 배우들이 총집합처럼 모여 있는 이 드라마의 짜임새는 물론 탄탄하다. 그러나 시청하려면 대단히 불편하다. 용비어천가를, 용비어천가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다시 온 것인가. 이것은 판타지 팩션이 아니다. 살육과 쿠데타로 얻은 ‘개국’을 옹호한 5공 시절 드라마들이 걸었던 합리화의, 2015년 버전일 뿐이다.

관련기사





[가까운AI] AI 킬러 활용법 – AI 검사기로 AI 글을 ‘내 글’로 바꾸기 “AI 검사기를 돌렸더니 ‘AI 생성 의심 90%’가 나왔습니다.” 한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학생은 “저 AI 안 썼어요”라고 항변하지만, 검사 결과는 이미 교수에게 부담과 의심을 던져놓은 뒤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교수도, 학생도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방식, 글쓰기, 평가 방식이 새롭게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 교수도 난감하고, 학생도 난감하다 AI 검사기는 문장 패턴과 구조를 기반으로 ‘AI일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교과서적 표현이나 정제된 문장을 자주 쓰는 학생일수록, 혹은 정보 기반 개념 정리를 하는 글일수록 AI 문체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교수들은 “결과만 믿자니 학생이 억울해 보이고, 학생 말을 그대로 믿자니 책임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성실하게 썼는데 AI 비율이 높게 나오면 억울함과 불안감이 뒤따른다. ‘AI에게 개념만 물어보는 것도 AI 사용인가?’, ‘교정 기능은 어디까지 허용인가?’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경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AI 검사기에서 오해가 생기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