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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W’, 실감 없는 투명한 세계의 압박

- 거미줄에 갇힌 거미들

길은 있을까. 그저 막연한 허상에 불과했던 것일까. MBC 드라마 ‘W’는 현재 완연히 길을 잃었다. 창도 문도 없이 사방이 막힌 집 안에 갇혀 ‘마지막회’의 압박에 시달리는 남녀 주인공들처럼 드라마의 ‘맥락’도 같은 신세다. 들어가는 문은 그럴듯했는데 나오는 곳은 지나치게 허술해져 버렸다.

초반에는 발상의 신선함과 빠른 전개로 눈길을 끌었던 드라마가, 이젠 (어떻게 끝난다 해도)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돼버렸다. 아무리 ‘공중부양’과 ‘차원 이동’을 남발하고 키스신에 공을 들여도 화면에서는 힘이 빠져 나갔다. 실사에서 만화로 넘어가는 마술 같은 장면들의 극적 재미도 차츰 지루해졌다.

‘W’는 현실과 웹툰 세계를 오가며 두 세계의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드라마다. 오직 만화에서만 가능할 상상력이었지만 이 오글거리는 로맨스와 복수극도 처음엔 탄력이 있었다. 두 세계가 각자의 경로를 탄탄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맥락’ 없이는 말판과 배경이 함부로 움직이거나 넘나들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래서 공존 불가의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는 딱 드라마틱하게 애절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설정들은 간단히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바뀐다. 벽은 없다. 아주 유연해 보이는 투명한 막이 주인공들 마음대로 공간을 재배치해준다. 따라서 실감이 사라졌다. 어떤 위기도 진짜 위기로 보이지 않는다. 초능력의 딜레마다.

그야말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인 꽃미남 이종석의 매력만으로는, 주인공 강철의 잦은 현실 ‘출몰’과 맥락 없는 개입을 감당할 수 없는 듯하다. 극중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는 자기 작품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자 폐인이 됐고, 자신의 원안으로부터 탄생한 강철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내가 되기에 이른 오연주(한효주 분)의 역할도 애매해졌다. 복잡한 것인지 산만한 것인지 모를 전개는 ‘계속’과 ‘마지막회’를 향한 끊임없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살인범 추적에 매달리게 되면서, 웹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드라마가 아닌 시청자가 사는 현실의 ‘윤리적’ 판단에 자리를 내주었다. 강철이 피와 살을 가진 존재로 나타났을 때 오작가는 절규했다. “넌 그냥 캐릭터야. 내가 만들어낸 설정값!” 강철은 대꾸했다. “당신이 애초에 쓰려던 이야기를 써.”

시청자가 애초에 기대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실감과 무게감이야말로 감정이입의 열쇠였던 것일까. 그림자조차 없는 활보 속에서, 거미들은 제가 친 거미줄에 걸려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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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