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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정신력'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놀라운 뻥

베토벤 바이러스


MBC 수목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 홍자람/ 연출 이재규)는 세련미를 갖추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사극들 틈새에서 눈에 띈다.

기본도 안 돼 있는 ‘듣보잡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성공시킨 강마에(김명민 분)는 이미 캐릭터를 넘어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의 극중 행동이나 어록이 UCC로 인기다.
강마에는 멋지다. 그의 까칠함은 극의 확실한 중심을 잡으며, 다른 등장인물들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조율하는 역할마저 떠안고 있다. 그 눈부신 능력을 보라! 그는 언제나 거침없이 말한다, “나만 따라와. 그럼 돼”. 그는 나이 마흔에 벌써, 이미, 오래 전에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심지어 나이 어린 제자와의 삼각관계에서도 이겼다.

사랑마저 그의 차지가 되었다. 젊은 건우(장근석 분)는 출발선부터 ‘늙은’ 건우에게 밀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강마에 캐릭터는 사기다. 나이 마흔도 되기 전에 전부 이룬 그가, 스물다섯씩이나 먹도록 정규 음악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는 ‘제자’를 키우고 있다. 과연 리틀 건우도 십여 년 후 새로운 ‘마에스트로 강’이 될 수 있을까?

십 년은 길다. ‘천재’이며 ‘절대음감’을 타고난 건우가 그럴듯한 지휘자로 자리 매김을 할 법도 한 세월이다. 그러나, 그래봤자 십 년 후에 강마에는 쉰 살이다. 그는 조금도 ‘늙지’ 않은 채 훨씬 원숙해져 있을 것이다. 더 깊어지고 더 부드러워져 음악가로서 절정을 맞고 있을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리틀 건우가 지휘봉을 잡을 기회란 별로 없다. ‘똥덩어리’ 소리 들어가며, 직장까지 관두고 지휘에만 매달릴 건우가 파고 들어갈 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통경찰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늦었다. 스승이 ‘안식년’이라도 떠나주시지 않는 한, 누가 애송이에게 자리를 주겠는가?

‘천민’도 고학으로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시절의 ‘신화’다. 역사상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음악만큼 조기교육과 지속적인 훈련이 중요한 예술을 이처럼 마구잡이로 ‘막노동’ 취급하는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뻥이다.

문화에 대한 예산은 계속 삭감 중이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그 어중간한 나이의 예술가들은, 그래서 오늘도 ‘똥덩어리’다. 거름이 되어 예술혼을 꽃피우고 싶어도 땅 한 뙈기 주어지지 않는다. ‘잡초’든 ‘난초’든 설 무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투자 없이도, 예술가를 기르고 후원하지 않고도, ‘정신력’ 하나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낼 수 있다는 무모함이 경악스럽다. 결국 이 드라마는 클래식 판 ‘우생순’이다. 투자는 없으면서,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우승을 바라는 한국 축구계와 다를 바 없다. ‘히딩크’ 이후 감독만 뛰어나면 다 된다는 심보까지 ‘강마에’는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래서 강마에의 인기가 자칫 문화계를 좀먹는 ‘바이러스’로 번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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