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시청률이 4.0%이었다. 물론 요즘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낯설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SBS 새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는 김수현 작가의 지상파 복귀 작품이다. 아마 작가와 제작진은 ‘40’을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을 성 싶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시청률은 반등되지 않았다. 조금 오르긴 했지만, tvN 시그널과 겹치는 토요일에는 눈에 띄게 부진했다. 주류 언론은 여전히 칭찬일색이지만, 일단 인터넷과 친숙한 세대는 더 이상 ‘김수현 표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엄밀히 말해 이번 작품이 특별히 이전 작들보다 못한 것은 아닌 듯하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원래가 다소 ‘무정형’에 가깝다. 틀은 애초에 결정된 가옥구조와 가족 관계에서 결정된다. 내용은 거의 일상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치고 박고 침 튀기며 머리채를 잡고 싸워도, 모두 가족 내의 문제로 수렴된다. 어느 지역에 살든, 등장인물들의 생활범주와 관계망은 가족 혹은 친족 내로 한정된다. 따라서서 아무리 갈등이 심해봤자 ‘찻잔 속의 태풍’이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사회’란 그저 막연한 외부일 뿐이다. 가족의 생태, 특히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세상의 변화와 무관했다. 손자가 왜 취직이 어려운지, 저성장사회의 상식을 그들만 모르는 것처럼.
이번 시청률 부진의 핵심원인은, 아마도 시청자에게 있는 듯하다. 취향이 변한 것이다. 작가는 예전 그대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방식대로의 ‘재미’를 펼쳐 보이려 하는데, 전에는 그런대로 볼만했던 요소가 갑자기 시끄럽고 진부해 보인 것은 아닐까. 1968년 라디오 드라마 저 눈밭에 사슴이로 데뷔한 이래, 김수현 작가는 거의 50여년을 늘 최고의 작가였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시청자의 입맛도 변한 듯하다.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 어제와 똑같은 오늘, 한 달 전 일 년 전과 같을 내일. 일 년 후 삼년 후에도 똑같을 하루하루.” 대가족 며느리의 이 대사를 듣는데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끝도 없는 가사노동에 치여 살았을 대가족 며느리의 고단함과 우리 어머니 세대의 삶을 생각했다. 그 고마움에 대한 송구함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지금 우리의 삶은 한 치 앞도 모를 예측불허의 ‘헬조선’이다. 게다가 드라마에서까지 수직적 대가족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게 솔직한 느낌 아닐까. 채널이 돌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미 ‘재현’을 통해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우리 삶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명절 때도 이렇게까지 전부 모이기는 어려운 요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