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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김광석(2016)

- 누구도 억울하게 죽어선 안 된다

운이 좋았다. 김광석의 노래를 바로 곁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를 직접 만나는 일은 쉬웠다, 그때는. 그가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던 무대는, 소박했고 문턱도 낮았다. 그의 노래는 완벽하게 아름다웠지만, 그는 노래를 마치 ‘일꾼’처럼 부르는 자신의 ‘현실적’ 자세를 유지했다. 김광석에게 노래는, 신성한 노동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노래를 통해 장차 일구려는 꿈과 터전에 대한 사명감과 목표가 분명한 사람 같았다. 대단한 목청과 함께 건실한 생활인의 땀내를 풍기던, 귀한 사람이었다. 그 유명한 ‘천 회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갖겠다던 그가,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돌연 숨졌다. 아니, 사망 보도가 뉴스에 나왔다.

그가 전설이 된 지금도 생각한다. 김광석의 요절을 가장 바라지 않았을 사람은 김광석 자신일 것이라고. 수사는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2017년 가을, 그 의혹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안해룡 감독과 <다이빙 벨>을 공동 연출한 이상호 기자의 두 번째 감독 작품인 영화 <김광석>이 개봉했기 때문이다. 요즘 검색어 상위를 도맡고 있는 ‘서해순(故 김광석의 아내)’이라는 이름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영화가 제작된 2016년과는 판도가 달라졌다. 김광석의 저작권을 둘러싼 엄청난 수익이 있었고, 유일한 상속자인 딸 서연 양이 (알고 보니) 이미 10년 전 사망했는데 그 죽음이 비밀에 부쳐졌음이 최근 사실로 확인됐다.

완연히 현실적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뉴스에 나와 인터뷰를 자청한 영상은 화제가 됐고, 이제 영화 <김광석>은 단지 영화가 아니게 되었다. 힘겹게 이 영화를 세상에 내보낸 사람들이 바란 것도 바로 이 점이었을 터다. 어쩌면 영화 <김광석>은 그 자체로는 ‘예고편’이었다. 이 간절함에 대중적 호응이 일어난 게 놀라운 반전이었다. 영화가 미처 채우지 못한 ‘1%’를 현실이 채워나가는 중이니까.

아무도 이 ‘비극적 요절’로 인한 ‘영원한 청년’의 탄생 따위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 식의 ‘신화’로 떼돈을 벌게 된 어떤 특정 비즈니스 관련자들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세월이 흘러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는가? 이런 사건이야말로 자금의 흐름이 단서임을 이제는 모두 안다. 누구도 의문의 변사자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억울한 죽음에 ‘공소시효’라는 오직 범인에게만 유리할 조항은 사라져야 한다. ‘김광석 법’의 현실화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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