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는, 에너지 도둑을 위한 최적의 관직이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아무도 입 벙긋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커다란 저수지가, 그러니까 이 나라 사상초유의 거대한 금고가 생겨났다. 캐나다를 거쳐 조세 회피처 케이맨 군도로 들어가기만 하면 사라지는 돈들이 어마어마했다. 전부, 혈세였다. 영화 <저수지 게임>은 ‘프로젝트 부(不)’의 다큐멘터리 3부작 중 <더 플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뉴욕, 토론토, 케이맨 군도 등 해외를 넘나들며 그분의 비자금 저수지를 찾는 주진우 기자의 추적 과정을 따라다니는 과정을 그렸다. 하도 거액이라 실감도 안 나는 그 숫자들은 케이맨 군도에 닿으면 겉으로는 (모조리)공중분해 됐다. 실제로는 저수지 안에 차곡차곡 고였을 것이라는 게, 영화 <저수지 게임>의 추정이다. “도둑적으로 완벽한”이라는 세간의 구설은 빈말이 아니었다. 돈을 대출해 주고 ‘손해’를 감수한 은행은 있지만, 그 흔한 소송 한 번이 없었다. 은행은 스스로 모든 관련 자료와 ‘빚’을 말소시켰다.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은행 스스로 그랬다. 그러면서 그 은행을 믿고(?) 분양사기에 ‘투자’했던 수천 명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가 (원래의)예정보다 앞당겨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TV토론’이 치열했다. 가히 칼싸움보다 더한 공방전이었다. 그 어떤 연속극이나 뉴스보다 드라마틱했다. 예상했던 부분과 상상조차 하지 못한 부분이, 엎치락뒤치락 분초를 다투며 이어졌다. 좀처럼 TV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예측불허의 반전도 있었다.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웃기다는 관전평도 있었다. 정치 뉴스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극장에서 두어 시간의 영화를 볼 여유조차 없게 만들었던 긴박했던 지난 반년의 압축판 같았다. 이 토론회의 화제성은, 실시간 뉴스와 검색어를 휩쓰는 것은 물론 ‘SNL 코리아’ 등 패러디물의 인기로도 곧장 이어졌다. 대통령후보 다섯 명의 6차에 걸친 ‘초청 TV토론회’도 5월2일자로 모두 끝났다. 우선 지난 몇 년 간 공중파에서 ‘토론’이 사라졌음을 절감케 했다. 오랜만에 ‘날것’을 ‘통째로’ 보는 듯한 신선함은, 그간 박탈당했던 시청권에 대한 일깨움과 함께 찾아왔다. 어떤 정치인을 하루종일 ‘뉴스’를 통해 (아무리)접해 봤자, 그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드물었던 지난 몇 년이었다. 조각나고 ‘편집’된 뉴스들만 반복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