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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박탈감, 분노…SNS 기업이 조장했다

극단주의 부추기는 SNS 알고리즘

증오·차별·극단주의 판치는 SNS

사용자가 부정적인 감정 가질수록

타임라인에 오래 머무는 경향 이용

알고리즘 차원에서 의도한 결과

 

인터넷은 연대와 소통의 수단

특정 기업·국가가 전유해서는 안돼

거대 기술기업이 독점한 인터넷을

시민들이 나서서 되찾아와야

 

 

● 통제받지 않는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때 즐겁지 않고 짜증만 나는가? 친한 친구, 지인 또는 일면식 없는 누군가의 게시물을 보고 박탈감과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가? 이는 결코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일부 소셜 미디어는 그러한 감정을 조장한 결과다.

 

올해 10월 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과 그 자회사 인스타그램의 위험성에 대한 실증적이고 심각한 폭로가 보도되었다. 내부 고발자인 페이스북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의 증언 및 자료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첫째, 플랫폼 내에서 백신과 관련된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둘째, 마약 유통과 인신매매를 방조했다. 셋째, 비영어권 국가에 대한 허술한 관리로 인종청소 및 심각한 폭력 행위가 조장되는 것을 묵인했다. 넷째, 인스타그램이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위협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에도 이를 방치하고 은폐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폭로를 통해 그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지적해왔던, 통제받지 않는 소셜 미디어 기업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었다.

 

● 페이스북, 기만의 역사

페이스북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수많은 문제를 방치한 게 아니다. 페이스북은 ‘이윤’을 위해 이 모든 문제 앞에서 눈을 감은 것뿐이다. 사용자를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할 목적으로 콘텐츠가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조정했고, 이것이 결국 사용자의 분열, 극단주의,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문제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개선할 경우 사용자들의 컨텐츠 참여도, 즉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페이스북의 만행은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기업 운영은 페이스북의 시작부터 함께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04년 창업 이래 자사의 운영정책과 서비스의 구조를 알게 모르게 변경해오며 사용자를 기만하고 속여왔다.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처리되어 왔음에도 사용자는 이에 대해 인지할 수 없었다. 일부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이용약관에 적혀있는 불합리한 조건을 주의 깊게 읽지 않은 사용자를 탓하곤 했다. 하지만 쓸데없이 난해하고 긴 약관을 읽고 싶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은 결코 사용자의 탓이 아니다. 뉴욕타임즈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 약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같은 고전에 비해 훨씬 가독성이 떨어지며, 이보다 어려운 문장은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정도라고 분석했다. 약관을 다 읽고 이해했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동의 절차는 친구, 지인, 세상과의 연결을 빌미로 사용자가 모든 정보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다양한 목적으로 악용되었다. 

 

● 이윤 위해 불법 수집된 개인정보

대표적인 사건으로 2014년, 페이스북은 70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각각 뉴스피드에 등장하는 글과 사진을 검열하고 조작하여 감정의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실험 대상자 절반에게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뉴스와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사진을 보여줬다. 반대로 또 다른 절반에게는 부정적인 뉴스, 우울한 사진과 슬픈 글 등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보여줬다. 이후 각각의 실험 대상자가 어떠한 감정을 담은 콘텐츠를 게시하는지 살펴봤다. 먼저 실험 대상인 사용자에 대한 어떠한 동의나 고지도 없이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충격적이지만 실험 결과 또한 의미심장하다. 긍정적인 콘텐츠를 본 사용자는 더 긍정적인 콘텐츠를, 부정적인 콘텐츠를 본 사용자는 더 부정적인 콘텐츠를 게시했으며, 뉴스피드의 콘텐츠가 중립적인 감정일 때 사용자의 게시물 빈도는 떨어졌다. 2016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페이스북에서 사용자들이 참여했던 퀴즈와 게임 앱은 사용자의 나이, 거주지, 사회적 위치, 경제적 수준, 친구 관계, 성 정체성, 결혼 여부, 사상, 종교, 지지하는 정당 등 실질적으로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탈취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수많은 제3자 개발자들이 이에 접근하고 분석해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위한 여론조작에 악용한 것이다. 감정 실험부터 현재의 내부고발 사건까지, 페이스북이 저질러온 모든 범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초법적으로 수집한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사 서비스에서의 사용자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웹사이트와 앱에 심어둔 ‘좋아요’ 버튼 및 방문자 추적/분석 코드를 통해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그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페이스북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 수익을 창출해냄과 더불어 시장 내 견고한 위치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된다.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돈으로 바꿔먹는 게 페이스북뿐인가. 월별 이용자 22억 명으로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 즉 구글 또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기술 기업 중 하나이다. 이들의 수익 80% 이상은 광고에서 나온다. 프린스턴 대학의 웹 투명성 및 책임 프로젝트(WebTAP)의 연구에 의하면 상위 100만 개의 인터넷 웹사이트 중 75%에 구글의 추적기가, 25%에 페이스북의 추적기가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소통하기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그들이 선별하고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우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인터넷은 ‘우리’를 위한 공간이어야

우리는 역사의 그 어느 시점보다 강하고 빠르게 연결되어있다. 인터넷의 전 지구적 확산,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간편한 의사소통은 정보의 공유와 타인과의 연결, 국경과 시간을 넘어선 연대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이끌어냈다.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온라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우리가 접속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공간이 극도로 상업적인 목적을 지닌 일부 독점적인 거대 기술 기업의 통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행히도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자에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거대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과 조사에 나섬과 동시에 반독점 법안과 디지털 서비스 법안들을 마련 중이다. 작년 겨울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공유에 대해 6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한국의 규제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아울러 정보인권단체와 함께 사용자들의 집단소송도 진행되고 있으니 이후를 주목할 만하다.

 

거대 기술 기업과 플랫폼이 쪼개진 온라인 공간이 다시 소중한 시민의 장소, 정보 공유와 소통의 장소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인터넷이 평등하게 설계되었으며 특정 기업의 수익이 아닌 시민의 협력과 소통으로 이뤄진 산물이라는 것을 기억할 때가 왔다. 우리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이 기술은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거대 기술 기업이 보유한 권력은 사용자와 사용자로부터 착취해낸 데이터에서 나왔음을 기억하자. 기업의 독점은 인터넷 권력을 우리가 되찾아올 때 비로소 인터넷 공간은 해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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