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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야경꾼 일지’, 이 혼미한 세상을 어쩌랴

저주가 실체를 얻고 역사가 될 때

사술(邪術)이 왕을 지배한다. 사람과 귀신이 싸우고 악령과 염력이 인간사와 충돌하는 ‘스펙터클’한 싸움과 전쟁의 난무가 펼쳐진다. MBC 월화극 <야경꾼 일지>에서는 이 싸움에서 활약하는 그러니까 정의의 용사들을 ‘야경꾼’이라 부른다. 사극 작가와 판타지 작가의 협업의 산물은, 그런데 어쩐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극중 국가 ‘조선’은 자연 현상의 어떤 ‘틈’과 사악한 기운이 만난 틈바구니에서 ‘탐욕’으로 인한 살생의 기운에 장악된다. 천지가 피로 물들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식(日蝕), 어디선가 날아온 불덩이들, 검은 연기, ‘용신족’과 그들이 섬기는 이무기, 마마신, 마고족, 무녀… 판타지의 익숙한 도구들이 수시로 출몰해 겁을 준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실 사람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누가 악령에 사로잡힌 자인지 모르기에 무섭다. 심지어 악령에 사로잡힌 게 뻔한 왕 해종(최원영 분)을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그의 말도 안 되는 폭정을 감당해야 하고 살인 명령들을 저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끔찍했다.

어린 ‘대군 아기씨’는 죽음의 고비들을 간신히 넘겨 12년 후 장성한 월광대군(정일우 분)으로 극의 중심에 선다. 실종된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다. 궁궐 분위기나 해종의 돌변은 어딘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인자한 아버지였던 햄릿의 부왕과 형을 죽인 ‘잔인무도’한 숙부 클로디어스, 덧붙여 햄릿이 만일 즉위에 성공했을 경우의 ‘실성한 폭군’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삼중의 인격이다. 어쩌면 한 사람이 왕좌에 앉아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 전체를 다 보여준다. 자나 깨나 환청에 시달리고, 매 순간 고뇌와 의심과 고통뿐이다. 모든 판단과 행동은 머릿속을 지배하는 악령의 의도대로다. 해종은 악령 ‘마마신’에게 쓸모가 있어 이용된 존재일 뿐이었다.

덴마크의 왕이던 햄릿의 아버지는 숙부가 자신을 살해했다고 유령으로 국경에 나타나 호소했다. 아버지는 만천하에 울리는 소문의 메아리로서 아들에게 복수를 명령한다. 세상이 온통 아버지의 망령과 소음으로 가득했다. <야경꾼 일지>의 후손인 ‘야경꾼’들에겐 더 강력해진 악의 무리와의 힘겨운 대결만 남았다. 용신족의 사담(김성오 분)은 마마신을 조종하며 야경꾼의 수장 조상헌(윤태영 분)을 위협한다. ‘조선의 왕’만이 쏠 수 있는 화살로 쏜 이무기를 전리품으로 박제시켜 궁궐 지하에 둔 아버지. 아버지가 후세에 남기고자 한 그 ‘치적’의 결과물 이무기가 만일 깨어나면, 저주는 또 어떤 실체가 되어 세상을 덮칠까? 무섭고 끔찍한 이 모든 게 부디 판타지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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