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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세대는 대본집에 열광할까?

기록적 가치를 뛰어넘어 문화예술의 영역에 들어서는 대본집

 

대본집, 젊은 층의 문화적 흥미를

유도하는 힘 있어

 

대본의 베스트셀러 현상은

실용을 우선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 반영

 

 

 

 ‘그해 우리는’, ‘나의 아저씨’. 이제 새로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름이자, 모두 드라마 대본집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나의 아저씨’는 그렇다 치고 특히 '그해 우리는'의 무삭제 대본집 ‘그 해 우리는 1’과 ‘그 해 우리는 2’는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2위에 나란히 오른 바 있다. 또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은 대형서점의 예술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본집이란 영화와 연극, 드라마의 기본이 되는 이야기 모음이다. 특히 드라마 대본집이 연상된다. 이 때문에 전체 독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도대체 일반 독자 누가 드라마 대본집을 읽는다는 말인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새 드라마 대본집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내리는 세상이 되었다. 더구나 책을 읽지 않는 독서 풍토를 생각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 세상에 말이다. 인기가 많다 보니 이제 각 출판사에서는 드라마 대본집을 드라마 방영 전에 미리 선 계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해외에 수출도 한다. 더구나 이런 대본집 열풍의 중심에 이른바 MZ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가 구매자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왜 이들은 대본집을 구매하는 것일까. 그것을 정리하는 작업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변화를 짚어내는 중요한 일로 생각할 수 있다.

 

● 일부 전공자에게만 환영받던 과거 대본집

사실 대본집은 읽기 어려운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언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소설보다 글자 수나 전체 분량이 적은 데다가 대부분 대화체로 이뤄진 문장과 문단이 어렵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집처럼 문장은 물론 단어가 매우 상징적이고 함축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어렵다니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어렵다는 것은 앞에 나온 요소들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대본집은 상상력을 발휘하며 머릿속에 장면과 상황을 그려내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온전하게 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그런 사전 준비가 없다면 이해조차 힘들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겪어낸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전에는 대본집이라고 해도 영화 대본집 즉 각본집을 주로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하는 이유는 감동적으로 작품을 봤거나 팬이라서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거의 영화 각본 작가 지망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하려 하거나 인기 작품들의 대본을 통해 습작했고, 학술 논문을 위해 연구하기 위한 동기들이 있었다. 작품 자체보다는 다른 실제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서점에서는 잘 찾아볼 수도 없었고, 출판사에서는 아예 출간을 꺼렸다. 더구나 드라마 대본집은 더욱 말할 것이 없었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대본집을 직접 볼 기회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수준이 낮고 예술작품이라고 평가받지 못했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고 장안의 화제작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 점점 성장하는 K 콘텐츠

이제 상황은 변했다. 드라마의 수준은 높아졌다. 영화보다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영화가 드라마보다 수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해졌다. 한편 예전에는 미드나 영드 나아가 일드 정도는 되어야 드라마 수준을 언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해외 드라마도 오히려 한국 드라마 즉 K드라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K 콘텐츠가 한류 현상을 일으키며, 위상을 바꿔 놓은 점도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해외 드라마들은 꼼꼼한 문화적 우리의 현실을 잘 다루지 못했다.

 

각설하고 다시 말하자면 드라마 대본의 베스트셀러 현상은 실용적인 것을 우선하는 새로운 세대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도움이 되는 것이 좋은 것이며 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럴듯한 장르나 분야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포미족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위해서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당당하게 밝히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오히려 이것에 머뭇거리는 행동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굿즈로 재탄생한 대본집

일부에서는 하나의 굿즈처럼 소비하는 문화적 풍토를 대본 베스트 셀러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일정한 팬 문화의 종류라고 보는 것이다. 굿즈라면 드라마 대본이건 영화 대본집이건 하나의 장식 소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지적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감명 깊게 보거나 재미있는 작품의 무엇이라도 갖고 싶어 하는 점이 팬심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선택과 행위라면 더욱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이른바 소셜미디어에서의 과시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과시라는 말은 일견 부정적이기 때문에 현시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다. 과시(果是)이거나 현시(顯示)이거나 남들에게 드러내 주려는 점은 같을 것이다.

 

과시하기 위해 샀다고 해도 한 번쯤은 책을 들춰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아예 책을 대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한편 이런 면에서 보자면 책과 SNS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 나아가 상생과 시너지의 관계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흔히 SNS를 많이 하면 당연히 책을 읽지 않게 되기 때문에 이른바 제로섬 게임의 관계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SNS를 통해서 평소에 알지 못했던 책들을 접하게 되고 독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책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일깨워줄 수도 있다.

 

● 자유로운 해석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등장

이렇게 SNS 등에 대본집 소유를 드러내는 것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팬으로서 동질감과 공유감 나아가 연대감을 느끼려는 심리적 동기도 있기 때문이다. 대본집이 갖는 본질적인 특성도 한몫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대본집은 영상콘텐츠에서 보일 수 없는 설명들이 있다. 그러한 설명들을 읽어가면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대본집대로 연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작가의 의도와 연출자의 실행이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어떻게 작품이 잘 되었는지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다. 대본대로 했다면 더욱 좋았을 장면들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점을 많은 팬과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문해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창작적 역량도 나아질 수 있다.

 

여기에서 확연하게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예전에는 대본집이 하나의 절대적인 교과서와 같았다. 인기작이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그대로 모사하는 절대 표준이 되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작품이 양산되는 유사개별화 현상이 일어나고는 했다. 즉, 창조적이고 독특한 작품보다는 비슷한 아류들이 양산되었다. 이제는 대본집에 좀 더 자유롭게 접근한다. 절대 불가침의 대상이 아니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비교 검토할 수 있다. 빠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견주어 보면서 더 나은 장면들을 유추할 수도 있다. 더구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가능하다. 이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대본집을 탐독했던 점과 다르다.

 

● 문화예술 발전의 시너지가 되는 대본집 열풍

요컨대, 젊은 세대가 대본집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독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 시장의 외연과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 예술적 작가들의 배출도 도모할 수 있는 토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문화예술에서는 계기 효과가 중요하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서 그 본질을 알거나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본집은 문화예술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만드는 문화적 계기 효과의 중심에 있다. 더구나 누가 강요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와 가치가 소중하다. 대본집은 영상콘텐츠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설계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형상화하는가에 따라 작품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자주 접하다 보면 자신이 스스로 작품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저절로 생겨나는 법이다. 이렇게 살펴본 면들은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대본집 열풍이 갖는 여러 의미와 가치를 젊은 세대가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