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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희망하는 장소

신문을 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범죄관련 기사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 관련 기사를 접하는 시민들은 범죄자에 대하여 분노하거나 피해자를 동정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기사로 접하는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상기하면 불안감에 분노와 동정의 감정이 더해진다.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행위는 상당 기간 시민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인상으로 남고 시스템 상의 문제로 연결되면 이를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범죄발생률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 한층 더 견고한 치안을 확보하고자 시스템 상의 보완과 노력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일련의 현상들은 점차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고 범죄행위의 잔혹성이나 발생빈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강력범죄와 재산범죄로 지출된 사회적 비용이 2008년의 경우에 158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7백만 명에게 대졸 신규취업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막대한 비용의 지출은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님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이다. 정부예산에는 사회 안전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항목들이 있다. 공공질서 및 안전과 같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나 보건, 복지 및 고용과 같이 간접적인 지원부문 모두가 사회 안전의 유지와 향상에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예산에 관해 논의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출하고 투자하는 여러 비용들이 지향하는 성과의 지속가능성과 이를 위한 노력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장소’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가치 지향적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는 ‘무엇이 일어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정의되는 이 용어는 건축에서 ‘의미 있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곤 한다. ‘의미’, ‘행위’, ‘공간’과 같은 용어들은 그 정의가 예사롭지 않거니와 논의 자체가 만만치 않지만 여기서는 이들을 일반적인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건축행위를 통해 구축되는 도시의 여러 장소들에서도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그 무엇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은 힘들여 구축된 건축이 태생적으로 인간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강력범죄는 그 범죄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한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자는 범행과 도주가 용이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건축적 장소는 범죄행위의 발생으로 범죄현장이 된다. 강력범죄가 발생한 동네로의 이사를 꺼려하는 시민들은 범죄행위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가 발생한 장소로부터 불안감을 느낀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비난할 수도 없겠지만 범행 장소 주변의 거주자들이나 상인들은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가져왔던 자긍심의 추락과 함께 범죄불안감을 가진다. 또한 주민들은 부동산 가치의 하락과 방문객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이중고에 시달린다.

범죄로부터 파급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노력 및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범죄예방의 관점에서 인명을 포함하는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범죄예방 대책의 지속가능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축적 장소가 범죄예방을 위한 속성을 함유하게 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환경조성의 노력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셉테드)로 미약하나마 조금씩 구현되고 있다.

안전한 장소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의 적용에는 전문가들의 상당한 수고로움이 요구되지만 이로 인해 보호되는 가치는 더 크다 하겠다. 다만 이를 지지하는 시민의식이 굳건할 때 이 모든 것들은 가능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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