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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는 대학 문화

새내기들이여, 동아리, 사회봉사,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아라


새 학기면 캠퍼스는 새내기를 모집하는 동아리들의 열기로 가득 찬다. 캠퍼스 곳곳에 붙여진 회원모집 공고 포스터와 전단지, 단체복을 입고 신입생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는 선배들, 신입생들의 눈길을 모으는 각종 공연 등의 풍경은 예년과 다르지 않지만 새내기들의 반응은 갈수록 시큰둥하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을 넘어 십장생(십대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된다)의 시대가 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동아리 등 대학생활은 뒷전이고, 취업을 위한 토익점수, 자격증 취득 등의 스펙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재직자나 구직자들은 새내기들에게 스펙을 만들라는 조언보다 동아리나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등의 경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실제 취업정보 사이트 에듀스(www.educe.co.kr)에서 재직자와 구직자 8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새내기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란 설문조사의 1위를 차지한 대답이 ‘동아리, 사회봉사,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사회경험을 먼저 시작해라(48.1%)’였다. 2위를 차지한 대답 역시 ‘대학생활을 먼저 즐겨라(21.2%)’였다.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점, 토익, 자격증 등 취업준비를 일찍 시작하라’는 답은 13.5%에 그쳤다.

환율불안정, 외환위기 등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대학생의 취업이 쉽지가 않다. 오죽하면 십대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사실 ‘대학문화’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문화’가, 대학문화로 상징되는 ‘동아리’ 전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리도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주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모전을 준비하거나, 인턴십, 취업 등을 준비하면서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동아리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반면, 학술·사상·예술과 관련한 동아리 - 취업과 무관하거나, 힘들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 동아리들은 기존에 있던 회원들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져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학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난 9일부터 일주일 간 바우어관 앞에서 열린 동아리 가두모집에 총 63개의 동아리가 참가해 신입생들을 데려가기 위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매년 줄어드는 동아리 가입 새내기 수는 취업스터디(동아리) 멤버를 구한다는 글이 비사광장에 올라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감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과거 9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사회연구회, 철학연구회, 역사연구회 등 사회과학동아리나 연극반, 농활(농촌체험활동)반, 풍물반 등 활동적인 동아리가 주를 이루었다. 함께하는 활동을 즐기고, 선·후배 간의 정을 중요시하며, 토론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던 그들은 IMF 이후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청년실업문제에 봉착하게 되자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렇게 시작된 스펙 만들기 문화가 대학생들의 동아리문화를 바꿔 놓게 된 것이다.

대학 공동체 문화를 대표하는 동아리 활동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시절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대학 문화를 배우고, 대인관계를 형성하며 체득한 경험들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쌓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대부분의 인맥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고, 협동심이나 공동문화에 대한 인식은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물론 취업은 중요한 문제이다. 나아가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보이는 스펙보다 조금 더 멀리의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어디에 취업을 하느냐가 아닌, 내가 무엇을 하면서 또는 무엇으로 인해서 성장하고, 기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어떤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유는 동일하다. 이것들을 활용해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경험들로 우리는 성장할 수 있고, 즐거워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로 되어버린 지금의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은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걸림돌일 뿐이다. 그러나 경력 쌓기만이 취업의 전부라는 의식을 버리자. 그보다도 먼저 각자 주어진 자유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경험들로 대학생활을 누려보자. 동아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신과는 다른 생각,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수업 시간에는 행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자. 분명 토익 책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보다도 더 큰 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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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