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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 소홀 - 문화재관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문화재 원형보존 원칙에 입각한 상시예방관리체제 구축 필요

1. 문화재의 개념
숭례문 부실 복원 공사 때문에 문화재 전체의 부실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한 일이다. 차제에 개발과 고도성장의 뒷전에 밀려있던 문화재의 가치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바람이다.

문화재는 하나하나가 그것을 향유했던 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산물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산품들은 파손되거나 손상되면 새로 구입하거나 만들 수 있지만 문화재는 그렇지 않다. 한번 사라지면 원형은 물론 당시의 기능을 재현할 수 없는 것이 문화재이다. 그래서 재화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 문화재이다.

문화재는 크게 보면 세계인류, 작게 보면 한 민족의 공동체적 유산이요 뿌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은 “인위적 혹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간단한 정의 같지만 뜯어보면 대단히 방대하고 다양한 유형을 가진 것이 문화재이다. 우선 사람이 만든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문화유산은 형태의 유무에 따라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로 나누어지고, 자연유산은 경관과 동식물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형문화재라도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을 비롯하여 목재와 석재, 지·섬유 등 다양한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무형문화재는 탈춤이나 국악 등과 같이 예능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음식이나 악기 제작 등 기술적인 것도 있다. 무형문화재는 사람의 재능과 솜씨로 전승되는 문화유산이기에 기예(技藝)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특별히 인간문화재라고 부른다.

2. 문화재관리의 현주소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기 시작한 지난 반세기 동안 불행하게도 문화재보존이나 관리는 개발과 성장논리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문화재관리 재정은 개발과 성장예산에 밀려 예방관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문화재에 대한 정밀조사와 발굴은 고속개발의 걸림돌이라는 개발론자들의 인식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 지난 반세기동안 예방관리의 부재로 청평사 극락전과 증심사 금동석가여래입상 등 국보만 20여점이 소실되고 분실된 사실만 봐도 문화재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근대화과정에서 문화재는 관리대상이 아니라 국가발전의 걸림돌에 불과하였다. 1960년대 이후 광활한 국토가 공업단지와 도로, 항만, 댐 개발 지역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문화재 영향평가나 정밀조사 및 발굴없이 존재가치도 평가받지 못한 매장문화재들이 불도저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예컨대, 태릉사격장이 어떤 곳인가.

왕릉으로 추정되는 유적에 사격장을 지은 곳이다. 이를 말리고 발굴이라도 하자는 고고학자에게 권총으로 위협하면서 공사를 강행한 아픈 과거가 있는 곳이다. 지금의 창원국가산업단지 개발도 문화재관리의 부실을 드러낸 한 사례이다. 창원일대는 선사시대부터 구리와 철 생산지였다. 유적지 조사 후에 공업단지를 조성하자고 당시 유명한 고고학자가 항의하였지만 불도저에 밀려 쫓겨나올 밖에 없었다. 안동댐 수몰지역도 문화재관리의 수난사례이다. 물에 잠기는 문화유산을 안타까워하며 “500년 역사가 물에 잠기다”라는 기고문에 묻어난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통탄은 그 실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말해 주고 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정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숭례문이나 낙산사 동종 소실, 팔만대장경판의 훼손 등 예방관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다. 최근 끝난 청계천 복원공사나 4대강 정비사업에서도 문화재 정밀조사나 발굴은 뒷전이었다. 문명과 문화는 강을 따라 꽃피워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계천이나 4대강 유역은 그래서 문화재 정밀조사와 발굴이 뒤따라야 했었다. 조선시대 토목유적 집적지인 청계천 유역, 한반도를 누빈 우리 조상들의 생활유적이 산재한 4대강 유역도 공사기간에 떠밀려 제대로 된 정밀조사 없이 교란되고 말았다.

새마을운동은 경제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윤택케 하였다지만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는 전통문화를 단절시키고 소멸시킨 일대사건이었다. 회고해 보자. 예로부터 면면히 전승된 우리의 전통문화가 새마을 깃발 아래서 미신과 근대화의 장애물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이 스러져 갔는가. 그 후 전통문화의 단절이 민족과 국가적 정체성까지 흔들어 놓자 ‘내고장 전통가꾸기’니 ‘국풍 88’ 등의 이벤트로 되살려 보려했지만 한번 끊어진 전통문화의 숨통은 되살아나지 않고 화석화되고 말았다. 문화재 부실관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
문화재는 넓게는 인류, 좁게는 민족의 과거와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문화재를 통해 그것을 향유했던 사람들의 삶과 예술성을 연구하고, 그 재구성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숭례문이 불타자 온 국민이 안타까워한 이유는 그것이 국보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을 통해 조선전기 건축예술과 도성 및 축성제도, 한양의 풍수사상 등의 생활상과 그 후의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재는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마술같은 것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산업자원으로서의 문화재적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현대를 문화산업시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재의 산업화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예가 가장 쉽게 눈에 띈다. 문화선진국에서는 영화와 게임, 만화, 디자인 등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콘텐츠산업이나 융복합산업이 신산업 추세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문화재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였으면 레비스트로스라는 유명한 인류학자가 “한국사람들은 자기문화를 버리기를 좋아하는 민족인 것 같다.”라고 하였을까.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철학부재를 꼬집은 말이 아닌가 싶다.

문화유산에 대한 철학부재는 부실관리 및 비리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문화재 보수와 수리, 조사가 가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돈벌이하는 일쯤으로 여기게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 들통난 바와 같이 문화재 관련 자격증을 돈 받고 빌려주는 일이 예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빌린 자격증으로 허가받은 수리업체가 문화재 보수공사를 하고, 하청까지 준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그 공사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관리업계에 부는 전관예우도 철학부재의 소치이다. 예전부터 문화재 관련 기술직 공무원에게 특전을 주어 문화재수리 기술자 자격증을 준 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합법적이다. 문제는 기술자격증을 가진 공직자의 퇴직 후에 발생한다. 문화재보수 및 수리, 감리 용역은 문화재청과 자치단체 문화재담당부서의 고유 업무이다. 전관예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전직 공직자에게 일감이 몰리고 하청공사로 이어지면 총체적으로 부실공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 보수와 수리, 조사자는 오로지 원형보존의 원칙을 지키려는 장인정신과 철학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돈과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원형이 보존되지 않은 관리는 훼손에 불과하다. 원형보존에 실패한 관리자는 문화재를 훼손한 범죄자일 뿐이다. 물질적 풍요를 쫓다가 원형을 찾지도 못한 채 잃어버린 문화유산이 있는가 하면, 보수하고 수리한답시고 원형을 훼손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숱하게 많이 볼 수 있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철학, 즉 인식전환 없이는 문화재관리의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5. 문화재관리의 개선방안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할 문화재관리 방안은 원형보존 원칙에 입각한 문화재관리를 해야 한다(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문화재의 가치를 보존하고 유지하기위해서이다. 문화재관리 현장을 둘러보면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원형보존은 4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재질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둘째 기술과 솜씨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셋째, 모양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넷째, 경관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말하자면 동일한 재질과 기술, 모양, 경관을 복원하고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또 다른 개선방안으로,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문화재관리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문화재관리업무에는 관료주의와 외부 영향력이 배제되어야 한다. 서서히 드러나고 있듯이 숭례문 부실복원의 한 원인은 장인정신에 입각한 기술자들의 전문성이 관료주의에 의해 묵살당했기 때문이다. 공사기간과 기술적용 등 기술자들의 전문적 판단이 존중될 때 제대로 된 문화재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무려 2O종이 넘는 문화재수리 전문분야가 있지만 전문가는 턱없이 모자란다. 무형문화재 전수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과 물질만능주의 때문에 젊은이들은 마냥 회피한다. 대책이 시급하다.

자체에 문화재수리 자격증과 업체에 대한 일제정비가 필요하다. 자격증 대여와 무자격 수리업체는 뿌리 뽑아야 한다. 이제 문화재 복원수리설계와 시공, 감리 등의 전 과정이 전문성을 갖춘 유자격자에 의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상시예방관리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화재관리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훼손되기 전에 문화재관리 전문단체나 문화재관리형 사회적 기업 등을 육성·지정하여 상시로 실태를 점검하여 사전에 예방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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