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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와 사령 카페는 무엇을 비추고 있나?

신비의 영역 오컬트 문화와 사회적 불안감

1. 오컬트란 무엇인가?
“저승과 같은 암흑세계야말로 상상의 낙원이지. 여기서 상상은 그야말로 내키는 대로야. 거침없이 아무것이나 지어낼 수 있거든. 우울증 환자가 지어내는 헛소리든, 옛날 이야기이든, 혹은 수도원의 기적이든, 아무튼 재료는 넘쳐나니까.” 1766년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성에 의해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고, 동시대의 자연과학은 그러한 시도에 빛을 더해 주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어떤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이성과 과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암흑의 상상력을 버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5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어떠할까?

지난 4월 말, 서울 신촌의 작은 공원에서 한 청년이 몸의 수십 군데를 칼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범인이 잡히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CCTV라는 과학적 도구가 힘을 발휘했다. 범인들은 놀랍게도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처음 경찰은 사건의 원인을 스마트폰 채팅방에서의 말다툼 때문이라 밝혔다. 그런데 피해자 김씨의 지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전혀 다른 사실을 말했다. 김씨가 사령(死靈) 카페에 가입해 있던 전 여자친구를 빼내오려 하자 카페의 회원들이 그를 응징한 것이라고.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사령 카페’는 무엇이고, 그들이 믿고 탐했던 오컬트(Occult)는 무엇인가?

오컬트, 혹은 오컬티즘은 ‘숨겨진 것’, ‘비밀’ 등을 뜻하는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나치즘의 오컬티즘을 분석한 니콜라스 클라크(Nicholas Goodrick-Clarke)는 말한다. “오컬티즘은 서구의 고대 밀교(密敎) 전통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노시스파, 연금술과 마술에 관한 비밀 문서, 네오-플라토니즘, 카발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초자연적인 힘, 인간의 이성으로 규명이 힘든 현상을 연구하는 비밀의 학문을 총칭한다.

좁은 의미의 오컬트는 영성주의와 심령주의를 구분하며 그 폭을 좁히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내적인 것을 탐구하는 과학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회 현상으로서의 오컬트는 동양의 무속 신앙 등 주술적인 행위가 실체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믿음까지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2. 오컬트 문화의 성행과 사이버 문화
오컬트는 도처에 있다. 특히 대중문화는 즐겨 이 신비의 영역을 다룬다. 영화 ‘엑소시스트’는 오컬트의 전형으로 일컬어진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가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외국어로 말하고, 음란한 말을 내뱉고, 목이 180도 돌아가며 가톨릭 사제를 공격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악마의 아기를 잉태한 여인을 다룬 영화 ‘로즈마리 베이비’, 외계인 음모론을 중심으로 마술, 연금술, 골룸 등을 테마로 삼은 드라마 ‘엑스파일’ 역시 이 계통이다. 케이블 TV에 즐겨 등장하는 빙의, 퇴마, 유령 목격담 등 역시 비과학적인 신비주의를 조장하는 주범들이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오컬트 문화들에 쉽게 매혹된다. 수학여행에서 귀신이 나오는 심령사진을 찍었다든지, 노래방에서 녹음한 노래에 자살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어있다든지 하는 괴담은 어디에나 흔하다. 여기에 좀더 빠져 심령과학 서적을 접하고, 유령화물질 ‘엑토플라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1990년대에 크게 유행한 ‘분신사바’ 역시 청소년들의 오컬트 문화를 잘 보여준다.

‘오컬티즘’의 저자 자비네 되링만토이펠은 오컬트의 성행이 미디어의 발전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은 대중들의 무지를 깨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싸구려 읽을거리’를 통해 비과학적인 생각들을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은 오컬트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익명성, 놀라운 전파속도, 글로벌 가상무대에서 이뤄지는 쌍방향성’은 오컬티즘을 무섭게 번식시키는 토양이다.

이번 사건의 무대가 된 사령카페는 오컬트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 채팅 서비스를 통해 모인 곳이다. ‘사령’이란 죽었지만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영혼이다. 장화 홍련, 단종 등 원혼들이 산 자를 찾아온다는 전통적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이들이 믿고 있는 사령의 특징은 ‘구자방’이라는 부적을 통해 소환할 수 있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령’과 ‘구자방’은 오컬트 내에서도 뚜렷한 연결 선상은 없다. 주로 일본 쪽 인터넷을 통해 흘러온 것으로 보이는 데, 오컬트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어설프게 번역된 일본 사이트의 내용에 판타지 게임,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덧붙여 만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사령에도 학업형, 애인형, 인연형 등 여러 역할이 있다. 젤, 연기, 사람 모양 등 형태도 다르다. 점점 복잡해지며 이론화되고 개인의 경험담이 덧붙여진다. 그러면서 마치 그럴듯한 학문적 외연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3. 불안의 거울, 오컬트
종말론, 신비주의, 음모론 등은 삶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 오컬트는 19세기 말에서 1차세계 대전에 이르는 시기에 크게 융성했다. 공황과 경제 파탄, 혁명과 반혁명, 잇따른 전쟁으로 인해 불안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성공과 실패의 구분이 극명한 사람들이 이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하다. 당연히 이들을 따르는 팬들에까지 그 여파가 전해진다.

위기감은 커지는데 무언가 믿고 기댈 곳이 없다. 진학과 취업은 걱정되는데 분명한 길은 없다. 목소리 큰 정치인, 무조건 외우라는 교육, 잘난 척하는 과학이 시키는 대로 해도 불행의 늪은 걷힐 줄을 모른다. 기성의 종교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때 일부의 사람들은 사교와 신비주의에 빠지게 된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큰 억압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20세기 초반의 흑마술사 알리스터 크로울리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강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청소년 시절 기독교 기숙학교에 다녔는데 엄격한 통제 생활로 고통받았다. 교사들은 함정을 파서 학생들의 죄를 찾아냈고, 학생들끼리 서로 고발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사탄에게서 왕국을 구해내는 일이라고 했다. 크로울리는 급우의 허위고발로 인해 자백을 강요받고, 이 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반기독교적인 신비주의에 빠져든다.

이번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심리 상담 결과에 주목해보자.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대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해소할 길이 없던 차에 사령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것을 함께 믿는 사람들끼리 유대하게 되었다. 그들은 기성의 종교처럼 수양을 통해 내세의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당장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사령을 부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때 자신들의 핵심 멤버를 끄집어내 사령 카페를 깨려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혼동하고, 어설픈 영웅심리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4. 오컬트 문화, 어떻게 보아야 하나?
‘만들어진 신’ 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처럼 강한 과학적 세계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면 어느 정도 초자연적인 세계를 동경하게 마련이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재미삼아 저주 인형을 만들어 핀을 꽂기도 한다. 오컬트적인 관심 자체를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강박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령 카페 회원들의 세계관에 깊이 침투해 있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흑마술 게임 역시 무조건 배척할 대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잠깐의 일탈을 경험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누군들 생업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불만이 없겠는가?

그들은 마법사 코스플레를 하고 게임 속에서 주술을 쓰는 걸로 어두운 욕망을 해소하기도 한다. 어둠의 상상력은 인간이 언제나 안고 가야 할 것들이다. 중국의 온갖 기담들을 모아놓은 ‘요재지이’ 같은 책은 인류 문화의 주요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경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다. 어디까지가 즐기기 위한 상상의 산물이고, 어디서부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인지의 구분이 중요하다. 어쩌면 위험한 것은 과격한 사탄주의를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선량한 마음에 물이 답한다’는 식으로 비과학을 과학으로 치장한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책이 위험하다. 오컬트의 위험성은 그것이 스스로를 ‘과학을 넘어선 과학’으로 치장하려는 경향에 있다.

사령 카페에 있는 모든 청소년들이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그들 중 상당수는 단지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작은 세계를 조용히 지켰으면 할 것이다. TV 인터뷰에 나와 “사령을 부린 사람들은 욕해도, 사령은 욕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말은 “사생팬은 욕해도, 아이돌은 욕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로 들린다.

그러나 환상 세계와 현실을 혼동하는 순간 커다란 잘못을 저지를 위험에 처하게 된다. ‘코미디 빅리그’에 나오는 게임 폐인들처럼 그냥 우스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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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