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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방송, 조·중·동의 24시간

정부 여당의 날치기로 만든 ‘종편’, 의무재전송으로 지상파 안부럽다

지난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어렵사리 첫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위원회가 밝힌 ‘장미빛 청사진’과는 달리 우리 미디어 산업과 언론 전반에 걸쳐 보수 편향, 자본우위의 논리로 흐르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22일 미디어 관련법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현재의 종편이 탄생할 수 있는 터를 마련했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권들에 비해 언론 장악을 위해 체계적인 접근을 해왔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종편이다. 문화방송(MBC)을 보수정권의 앵무새로 전락시키는 등 그간 현 정권의 미디어 통제는 수위는 넘어서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 끝을 종편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즉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 트로이카가 종편을 하나씩 꿰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통제하는 거대한 미디어가 현정권의 특혜를 등에 업고 우리사회를 장악하려는 불순한 발상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 종편이란?
종편은 글자 그대로 여러 콘텐츠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을 말한다. 뉴스든 예능이든 뭐든 가능하다. 우리가 시청하는 케이블TV의 여러 채널은 각 채널마다 그 채널의 콘텐츠를 운영하는 PP(Program provider)가 각각의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tvN이 시사보도 뉴스를 방송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뉴스를 보도하는 tvN이 생긴 것과 같다고 얘기한다. 총 4개의 종편채널이 개국했는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중앙일보의 Jtbc, 조선일보의 TV조선, 동아일보의 채널A 등 조중동 3개사와 매일경제신문의 MBN이 최종 사업자로 지난 2010년 12월 31일 선정되었다.

종편 사업자가 이들 대형언론사가 선정된 것은 자본금이 최소 3천억원이 되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업자 선정기준에서 보듯 처음부터 거대 자본이 아니고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프로젝트이다. 이런 대형 미디어 정책을 정권 초기에 강행 처리했다는 점에서도 부실한 정책 입안과 사업자 선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종편은 24시간 방송, 중간광고도 가능
특혜라는 말은 종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지상파 방송도 하루 19시간만 방송되는데 종편은 24시간 방송된다. 방송시간 말고도 방송 중간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고 지상파에서는 광고할 수 없는 품목들에 대해서도 광고할 수 있다. 공익광고의 비율도 지상파가 0.2%(19시간 기준)인데 비해 0.05%(24시간 기준)로 매우 낮다. 즉, 광고 영업의 폭과 활용도가 매우 넓다. 사업대상 선정 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광고 유치의 용이성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 의무재전송으로 지상파 안부럽다
의무재전송이란 KBS1과 EBS처럼 공익성을 가진 채널을 의무적으로 케이블 등에서 재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지상파 방송들을 케이블채널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 의무재전송이라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종편 방송 전까지 앞서 밝힌 2개 방송만 의무재전송 대상이었다.

문제는 공익적인 성격을 인증 받은 적이 없는 종편 4개 방송이 의무재전송 대상이라는 점이다.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 또는 위성을 통한 방송만 가능하다. 그래서 의무재전송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지 않는다면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다. 개국 초기인 지금 비교적 낮은 시청률로 조사되지만 의무재전송을 통해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이 확실하다.

의무재전송 대상이 아닌 MBC, SBS같은 지상파에 비해 종편의 어떤 점이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 조중동의 나라?
조중동은 종편 개국을 통해 날로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는 종이 신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해마다 종이신문의 광고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대안으로 평가되었던 전자신문은 포털사이트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종편은 대형신문사들의 대안 매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종편에서 비디오 뉴스로 보도의 속보성을 확보하고, 신문을 통해 심층적인 기사를 가져갈 수 있게 되면 조중동은 매우 강력한 이데올로기 주입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정권과 일맥상통한 코드를 가진 언론사들이 종편을 독차지한 것은 실로 우려스럽다. 자본과 경쟁력만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식 밀어붙이기를 통해 탄생한 종편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을이지 의문이다.

● 방송장비의 국산화 없는 종편시대
방송장비는 국산화가 지지부진하다. 케이블방송 시대를 맞을 때에도 방송장비의 국산화는 시급한 화두였다. 종편 사업자 선정 시점에서도 같은 점이 지적되었다. 일본 기업들이 만든 장비들로 방송장비시장은 장악되어 있다. 거대 방송국이 생겨날 때마다 엄청난 장비 투자가 동반된다. 올해 방송장비 시장은 2조 7천억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의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종편은 국부의 유출만 있을 뿐이다.

●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백지광고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종편에 대한 문제점 제기가 거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여러 신문들이 백지광고 게재하면서 종편 방송 개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어찌 보면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언론사들 간의 대결양상으로도 보인다. 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도 볼 수도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경계를 허문 것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와 전문가들의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준비를 거치지 못했다면 이는 비판 받아야할 부분이다. 현재의 종편은 이런 점에서 많은 비판거리를 안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충분한 연구와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디어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사법기구와 같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중립성을 보장하여 미디어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방송통신위원회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여당의 날치기로 만들어진 법안으로 친정부 성향의 매체들이 미디어를 독점하는 행태는 없어져야만 한다.

어쩌면 ‘날치기’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말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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