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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류(New Korea Wave)가 세계로 퍼지려면?

업계 내부의 문제해결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야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은 가히 폭발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2월 23일, 24일 연속으로 카라의 비디오 클립은 오리콘 DVD차트에서 데일리 1위를 차지했다. 카라가 해체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터져나오는 가운데에서도 5주 연속 오리콘 차트에서 TOP 10을 지킨 일은 일본의 대중음악 산업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미스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녀시대나 포미닛,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인기도 카라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하나의 파도(wave)라고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신한류라고 불리는, K-Pop을 대표 상품으로 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은 단지 일본에서만 물결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이 거센 파도는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기존의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 중남미로 퍼져가고 있다.

지난 16일 국내 한 매체는 인터넷상에 노출돼 있는 유명 한국가수(그룹)의 유튜브 동영상 923개의 국가별 조회수를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K-Pop은 아직까진 아시아권에서 가장 관심이 높지만, 미국이나 유럽, 중동지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우리나라 가요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움직임은 ‘노바디’ 등의 노래를 들고 미국에 진출한 여성그룹 ‘원더걸스’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고, 빌보드 차트 100위권에 들어가면서 원더걸스 춤을 유행시킨 일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인 중남미 지역에서도 신한류가 감지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현지 문화원의 각종 한국 알리기 행사와 인터넷의 영향이 컸다. 지난 해 10월 아르헨티나 연방정부 문화청이 삼성전자와 함께 10개국 92개팀 281명이 참가한 ‘중남미 10개국 참가 K-Pop 경연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사실은 좋은 사례이다. 아르헨티나는 여타 중남미권 국가와는 달리 지금까지 지상파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단 한 번도 방영한 적이 없고, 국민 대부분이 유럽 지향 정서를 가지고 있어 한국문화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 온 터였으나 행사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참가자들 중 다수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팬클럽에도 참여하고 있었음이 확인되면서 중남미에도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확인하게 해 주기도 했다.

지금의 신한류는 따져보면 ‘2세대 내지는 3세대 한류’쯤 될 것이다. 배용준이나 박용하 등이 드라마로 일으킨 한류가 1세대라고 친다면 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이 일으켰던 ‘K-Pop붐’은 2세대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전의 현상들과 지금의 현상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우선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되어 대장금에서 꽃 핀 1세대 한류는 기획되거나 의도된 바 없이 우연히 생겨난 현상이었으며,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자 스타와 동양적이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전문직 여성 이미지의 여자 스타를 중심으로 스타의 이미지 소비 행태를 보이면서 형성되었다. 그래서 팬 층도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우리 콘텐츠에 열광했다기 보다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의 이미지에 열광했기에 그 뿌리가 얕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동방신기와 보아로 상징되는 2세대 한류는 상대적으로는 철저한 준비와 기획을 통해서 시장을 형성하였고, 그래서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의 일본 가수라는 철저히 상업적인 선택 아래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한류라는 큰 흐름으로 요동치게 되지는 못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한류는 다르다. 이미 인터넷 매체들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K-POP을 소비해 온 얼리 어답터(?)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있었고, 여기에 철저한 준비와 기획을 앞세워 잘 다듬어진 콘텐츠를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를 붙여 상품으로 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연습생 시절을 겪으며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배운, 특히나 카라처럼 한국의 험난한 연예계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다져진 걸그룹들은 공주처럼 잘 포장된 일본 또래그룹과는 질적으로 다른 당찬 카리스마와 강인한 생명력을 무기삼아 단숨에 정상을 차지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의 성공이 1세대, 2세대 한류와 무관하지는 않다. 1세대 한류를 이끌었던 드라마들을 통해 친숙해진 한국의 감수성은 동방신기, 보아 등을 통해 한국의 대중음악에 가장 예민한 집단으로 일본의 10~20대 여성들을 변모시키는데 든든한 토대가 되었고, 동방신기 팬들만 30만 명을 헤아린다는 이 강력한 소비층은 3세대 신한류의 가장 큰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본에 상륙하기도 전부터 동성애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의 걸그룹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 준 10대 소녀 팬들의 행보는 원조 걸그룹 소비층인 아저씨 내지 삼촌 팬들을 자극했고, 한국의 내로라하는 걸그룹들이 본격적으로 상륙하자 30~40대 일본 아저씨들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들도 “한국 걸그룹들의 성공적인 데뷔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움츠려 있던 일본 아저씨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고 보도하며 ‘신한류(신칸류)’가 가장 폭넓은 수용층을 갖게 되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기에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확실하고도 강력한 현상이 카라 사태와 같은 한국 내의 비합리적인 연예 매니지먼트의 관행 때문에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의 혐한류와 같은 반발은 강력한 구매층의 충성도 높은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지만 동방신기에 이어 벌어진 카라 사태는 신한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관계자들은 아직 카라 사태가 한류에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의 취재진 및 사업 파트너가 국내 가요관계자에게 직접 카라 사태를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것. 스케줄 변동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의 한 연예 전문지의 보도에 의하면, 최근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스태프 및 취재진이 직접적으로 불편한 사안을 묻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전하면서 다만 소속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멤버들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에 다녀온 다른 가요관계자들도 예전부터 계획해왔던 프로모션 방향 및 계약 관계에 달라진 건 전혀 없고 카라 사태가 예상보다 큰 관심을 얻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진출 가수들의 행보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비췄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악재들이 계속 터져 나올 경우에는 일본 내의 반발과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며, 기본적으로 한국의 연에 매니지먼트 업계 자체가 일본 업계로부터 불신을 당할 부정적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엔 지금까지는 큰 변화가 없는 일본 내 여론의 추이를 예상하기 힘들런지도 모른다. 또한 사태의 해결자체가 카라의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될 경우에도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더욱이 일본에서의 신한류 상품들의 성적과 결과물들이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가요관계자들이 카라 사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한류와 신한류는 다르다. 그렇지만 예견되는 문제는 거의 비슷하다. 우리 업계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겉으로는 탄탄해 보이던 신한류의 성취들도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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