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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나뉜 SBS ‘미운우리새끼’, 꼼수인가 전략인가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디지털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과 그 콘텐츠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와 플랫폼, 마지막으로 콘텐츠를 전달받는 기기(터미널)의 융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 추세이다. 독립적으로 유지되던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의 선형적인 산업 생태계가 이제 더는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융합은 치열해진 경쟁도 의미한다.

 

지금껏 지상파는 제한된 주파수를 확보하고, 소수의 방송국 과점으로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그 수익을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IPTV와 종합편성방송 등 유료 방송의 등장과 함께 독립프로덕션들이 높은 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디즈니 등 국제적인 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생산한 콘텐츠가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젊은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도 콘텐츠 사업에 진입하면서 주요한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강자들이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생각해보면, 결국 미디어 시장이 점점 이용자와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당연한 결과로 거의 전 영역에서 지상파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CBC뉴스의 기사에 인용된 ‘2018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방송사업 매출은 총 16조5천1백22억 원으로 전년 15조9천23억 원보다 3.8% 증가했으나, 지상파방송사업자 총 매출은 3조7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이렇게 급변한 환경에서 방송국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과 유료방송과의 경쟁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중간광고는 하나의 TV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나서 끝나기까지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편성되는 광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현재 스포츠 중계와 문화예술 특수 프로그램 같은 장시간 방송을 제외한 지상파 방송의 경우 중간광고가 금지되어 있지만, 케이블TV 및 종합편성채널에서는 허용되고 있다. 결국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및 지상파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를 위해 중간광고 규제 해소를 결정했다. 이 개정안은 지상파에도 유료방송과 동일한 수준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을 근거로 중앙정부는 이 개정안을 아직 보류하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 여론의 핵심 주장은 공영방송 수신료, 방송국의 고액연봉과 고액출연료 등 경영환경의 문제, 주파수 무상 할당 등 방송국에 주어지는 기타 혜택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 광고(PCM)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광고는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1부, 2부로 나누어서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변칙적인 방식이다. SBS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프리미엄 광고 도입으로 비판받고 있다. SBS는 기존 2부로 내보내던 ‘미운 우리 새끼’를 3부로 나누어서 프리미엄 광고를 1개에서 2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런 방법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프리미엄 광고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이런 형태의 단기적인 접근은 미디어 생태계 변화로부터 만들어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이용자의 외면을 받는 콘텐츠가 중간광고를 도입했을 때,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방송은 현재의 미디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진정한 생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은 모두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 직면한 문제는 이런 중간광고 허용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은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수용하고, 이용자 중심의 고품질 콘텐츠 제작과 제공을 통해서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이 생존을 모색할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바로 이용자의 근본적인 미디어 사용 행태의 변화이다. 이용자의 뉴스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라디오, 신문, 지상파 방송 등 전통 미디어는 이런 전통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의 일몰과 함께 그 생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을 다할 미디어는 새로운 형태로 그 모습을 진화시켜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이용자는 콘텐츠를 원한다. 그 콘텐츠를 전달하는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중간광고 같은 미디어에 대한 규제의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논의가 아니다. 모든 정책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과거처럼 규제를 통해서 과연 지금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계자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성이 필요하다면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규제가 필요하지도 않지만, 규제가 가능하지도 않은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중간광고 허용은 정책적 판단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정책적 판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면서 진행되어야 하며, 지상파 방송은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조금 더 장기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규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미디어를 규제하기에는 이미 미디어 산업 변화나 그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이용자 중심의 시대이다. 유튜브에서 개인적 콘텐츠를 찾고 또 즐기는 어린 그리고 젊은 이용자들을 지상파 방송은 과연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주력 세대가 되면 전통적인 미디어의 일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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