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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영화 그리고 수용자

미디어 수용자의 비판적 수용 필요

#1. 7월31일 한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그리고 이내 전문가, 관객, 대중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영화의 내용을 연관해 칼럼을 썼고 어떤 이는 영화 속에서 묘파하고 있는 계급문제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내부의 계급 상황을 연계시키는 평론을 발표했다. 대중과 관객 반응은 엇갈렸지만 그 정도는 뜨거웠다. 영화 완성도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와 연관시키는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바로‘설국열차’다.

#2.“지난 2013년 6월 13일 등에 방송된 ‘오로라공주’에서 불륜과 이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을 주된 내용으로 방송하면서 부부관계와 관련된 노골적인 대화, 저속한 표현 및 비속어 사용, 위장임신 등 비윤리적 내용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MBC가 8월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자막으로 고지한 내용이다. 막장적 내용과 개연성 없는 캐릭터, 자극적 사건으로 점철된 일일극 ‘오로라 공주’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TV와 영화, 두 매체의 요즘 풍경을 대표하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 영화는 8월 한달 동안 2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월 최다관객 기록을 세웠다. 8월 27일 8,499만명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영화 관객 1억 돌파는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의 브레이크 없는 흥행질주가 계속 되고 있다. 흥행이라는 외형적인 성공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흥행을 이끌고 있는 한국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 다양성의 내적인 부분의 괄목할만한 진화가 더 큰 의미 있는 일이다.

반면 안방극장, TV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03년 KBS, MBC, SBS 등 지상파 TV 시청률이 24.8%이던 것이 10년이 지난 2012년 19.3%대로 추락했다. 하락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젊은층의 TV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30~40%때까지 기록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는 추락해 10%대 기록만 해도 성공이라고 평가받는 지경까지 됐다. 최고 예능스타 유재석 강호동이 이끄는 예능 프로그램도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인기고공 비행을 하던 드라마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시청률 추락이라는 외형적인 부분보다 더 큰 문제는 TV프로그램 등 텍스트의 질적 하락이다.

한국 영화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TV가 추락하는 현상은 태플릿 PC, 스마트폰 보편화 등 매체환경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텍스트의 질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영화와 TV매체의 특성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등 수용자의 성격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관객과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한국 영화와 TV 텍스트의 문양을 보자. 요즘 관객의 반향을 일으키는 한국 영화 ‘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숨바꼭질’‘감기’부터 개봉전부터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9월5일 개봉)까지 한국 영화의 소재와 내용은 계급, 사회의 양극화, 자본주의, 진보와 보수의 문제 등 우리사회의 현안과 이슈 그리고 거대 담론에 닿아 있다. 이들 영화뿐만 아니다. 올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은 부조리한 사법체계와 수사시스템, 700만명이 본‘베를린’은 남북 문제가 내러티브의 주요한 모티브로 작동했다. 장르 역시 SF액션에서부터 스릴러, 코미디,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영상적 완성도는 진화를 거듭해 한국영화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반면 안방극장, TV의 풍경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개연성 없는 캐릭터의 난무와 리얼리티가 전무한 사건의 전개, 자극과 선정성만 확대재생산하는 내러티브,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등 사건의 획일적 갈등기제로 얼룩진‘오로라공주’같은 막장 드라마들이 봇물을 이루고 연예인의 사생활 및 신변잡기의 전시장으로 전락한 토크쇼와 변별력 없는 획일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범람하고 있다.

물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질 낮은 영화 그리고 완성도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요즘 관객의 공감을 사며 눈길을 끄는 영화와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만 비판을 받는 즉, 욕하면서 보는 TV의 풍경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매체적 특성과 미디어 환경의 급변을 꼽을수 있다. 미디어 학자 맥루한의 지적처럼 영화는 메시지의 정보가 분명하고 밀도가 높은 ‘고정밀성(high definition)’과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그 뜻을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노력 투입 정도가 낮은 ‘저참여성(low participation)’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핫미디어(Hot Media)다. 반면 TV는 저정밀성과 고참여성의 쿨미디어(Cool Media)의 전형이다. 이러한 매체적 특성 때문에 영화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적합하고 TV는 그렇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매체 환경 변화 역시 요즘 한국 영화와 TV의 대조적 풍경을 연출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등장은 TV시청률을 하락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 한류가 위축돼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승부해 좁은 국내시장을 잡으려는 행태가 급증하면서 막장 드라마와 질 낮은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영화의 부가시장은 확대일로이고 질 좋은 콘텐츠 수요가 급증해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실험적 소재까지 독창적인 형식과 완성도 높은 영상언어로 표출한 작품이 양산되고 있다.

TV와 영화의 수용환경과 수용자의 성격 역시 영화와 TV의 상반된 모습을 보이게 하는 이유다. 일상적 생활을 하면서 편하게 보는 TV의 주요한 시청층 이었던 10~30대 젊은 층이 대거 이탈하고 주시청층의 지위를 장노년층 여성이 차지했다. 장노년층 여성들 상당수는 보편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익숙한 상징이나 기제, 내용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보다는 익숙하면서 퇴행적인 주말 드라마, 일일극을 많이 시청하고 자극적이면서도 뻔한 막장 드라마의 시청열기가 높은 것이다.

일정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며 집중해서 관람하는 영화의 주관객층은 20~40대다. 이들은 작품의 완성도나 진보적,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영화들을 선호하고 있다. 방송사나 영화사는 이러한 매체의 특성, 미디어 환경의 변화, TV시청자와 영화 관객의 성격에 따라 최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텍스트를 집중적으로 제작한다. 이 때문에 TV와 영화의 상반된 풍경의 간극은 더욱 더 확장되고 있다.

두 매체의 풍경의 간극이 요즘처럼 큰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영화와 TV는 수용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이든 간에 말이다. 영화와 TV등 미디어의 텍스트는 현실속의 세상을 압도한다. 수많은 수용자들은 TV와 영화 등 미디어가 구축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현실 속 세상으로 인식한다. 또한 미디어 텍스트가 구축한 시뮬라시옹을 더 실재처럼 인식하고 있다. TV와 영화 등 미디어 텍스트가 재현한 상징세계는 무차별적이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외양을 가져 우리 인식의 틀거지를 그 외양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TV시청자, 영화 관객등 미디어 수용자의 세상을 보는 시선은 실제 영화와 드라마 등 미디어 텍스트의 상징세계에서 구축한 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영화와 TV는 우리의 행동과 인식, 시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방송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나 영화사가 제작하는 영화 등 미디어 텍스트에 대한 수용의 태도나 해독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표출되고 있는 TV의 문제를 개선하고 영화의 장점을 강화하기위한 방안 역시 수용자의 텍스트 해독방식이다. 또한 요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TV와 영화를 삶의 긍정적인 기제로 그리고 건강하고 주체적인 인식의 준거로 활용하기위해서도 수용자는 TV와 영화 텍스트를 바라보는 주체적인 시선과 비판적 해독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화와 TV를 어떻게 해독하고 수용해야하는 걸까.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은 TV와 영화 등 미디어 텍스트 해독방식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미디어가 의도한 텍스트의 지배적 의미를 그대로 의심할 여지없이 그대로 순응적으로 수용하는 지배적-헤게모니적 해독(Dominant-hegemonic reading), 자신의 세계관과 경험에 근거해 수용하는 교섭적 해독(Negotiated reading)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과 내재한 이데올로기기적 위치에 동의하지 않거나 아예 텍스트 자체를 기각하거나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저항적 해독(Oppositional reading)이 바로 그것이다.

TV 시청자와 영화 관객을 비롯한 미디어 수용자의 상당수는 그동안 미디어 텍스트를 그대로 수용하는 순응적 해독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경우 TV 등 미디어가 구축한 문제 있는 세계를 인식의 근간으로 삼는 폐해가 노출된다. 최소한 TV 등 미디어를 접할 때 교섭적 혹은 비판적 해독을 해보자. 미디어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중심에 둔 비판적 해독은 미디어가 구축한 시선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삶을 디자인하게 해주는 길을 제시해준다. 막장 드라마와 저질의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 텍스트에 대한 순응적 해독 대신 교섭적 혹은 비판적 해독을 할 때 삶과 현실, 인식을 주체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또한 이는 TV를 비롯한 미디어의 텍스트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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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