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3℃
  • 맑음강릉 3.4℃
  • 맑음서울 -1.1℃
  • 맑음대전 1.9℃
  • 맑음대구 3.4℃
  • 맑음울산 5.1℃
  • 맑음광주 4.4℃
  • 맑음부산 6.1℃
  • 맑음고창 3.0℃
  • 맑음제주 7.8℃
  • 구름조금강화 -0.8℃
  • 맑음보은 1.2℃
  • 맑음금산 1.4℃
  • 맑음강진군 4.8℃
  • 맑음경주시 4.1℃
  • 맑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한국사회의 ‘팬덤 문화’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보다 성숙한 팬덤문화의 출현 필요


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대중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이돌 문화의 급격한 확산에 있으며, 이와 맞물려 팬덤 문화가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덤 주체들은 한때 ‘빠순이’ 혹은 ‘오빠부대’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비하와 조롱을 당했지만, 이제 새로운 활동과 정체성, 그에 따른 엄청난 파급력을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동시에 10대 청소년 중심의 팬덤문화가 누나, 이모, 삼촌 등 세대와 성별에 있어서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 것도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다.

이 글에서는 팬덤 문화의 역사와 전반적인 양상, 향후 사회?문화적 영향 등을 살펴볼 것이다.

● 팬덤 문화의 역사
팬덤 문화의 역사는 80년대의 조용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팬덤 문화라고 분류할 수 있는 활동이 구체화된 것은 대체로 1996년 HOT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팬들의 문화를 가리킨다.

이 시점과 그 이전 팬들의 문화를 구분하는 기준은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가수를 좋아함으로써 음반을 사거나 콘서트장에 찾아갔으며 간혹 쫓아다니는 열성팬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수동적인 문화였다.

하지만 HOT라는 아이돌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본격적인 팬덤 문화는 조직적이면서도 열정적인 형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팬덤이 단순한 활동의 차원을 넘어 매우 중요한 적극적인 일상활동으로 발전했음을 뒷받침한다.

● 팬픽과 팬코스
팬덤 문화는 지금까지 중요한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느는 ‘팬픽’(fanfic)과 ‘팬코스’(fancos)가 있다. 먼저 팬픽은 fan과 fiction의 합성어로서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 소설을 가리킨다.

주로 남자 아이돌 팬들이 창작하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에는 아이돌 스타와 팬 사이의 로맨스가 많았지만, 그 후에는 팬픽과 야오이 문화가 결합하면서 아이돌 그룹 동성 사이의 로맨스를 다룬 팬픽도 등장했다. 이러한 팬픽의 유행은 당시 10,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야오이 문화가 유행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여기에는 ‘우리 오빠’가 소설이건 상상이건 다른 ‘여성’과 사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팬클럽 여성들의 심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팬픽의 등장은 아이돌을 전유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능동적인 팬덤 문화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현상으로서 팬코스는 fan과 코스프레(コスプレ/cosplay, costume play)의 합성어이다. 즉 팬들이 하는 코스튬 플레이를 가리킨다. 보통 코스프레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만화 주인공과 같은 상상의 인물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지만, 팬코스는 아이돌 스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최초의 팬코스프레는 코믹월드/ACA 등의 만화축제 행사장에서 시작되었는데, 점차 아이돌팬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만화팬들과의 마찰도 일어났다. 이후 대다수 만화 행사자장에서는 팬코스가 금지되고 FAN이라는 이름의 개별 행사 등에서 활동하게 된다.

현재 팬코스 구성원의 대다수는 여성으로서 동아리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중심 멤버와 백댄서, 스탭(총책임자, 매니저, 코디네이터, 사진기사)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매개 및 유지된다.

● 팬덤의 진화
최근 팬덤 문화는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사태와 2PM 재범 탈퇴를 둘러싼 팬클럽과 소속사 사이의 ‘전쟁’은 현재 한국의 팬덤 문화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돌 스타에 대한 충성도를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서 스타 이미지로서 아이돌을 소비하거나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의 존재와 정체성까지 자신들이 직접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른 결과 연예계의 속성상 소속사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아이돌의 ‘목숨’을 팬들이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동방신기나 재범 사태에서 팬들이 자발적 모금을 통해 신문 광고를 낸 것은 팬덤 문화의 진화를 잘 드러낸 대목이다. 그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객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인 주체로 나서고 있음을 잘 드러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된 기획사가 쉽사리 팬클럽의 요구에 응하진 않는다 할지라도 적어도 사회적 분위기나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팬덤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세대를 초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10대 중심의 문화는 20대는 물론이거니와 30대, 40대를 넘나든다. 최근 등장한 ‘삼촌 팬덤’이라는 용어는 걸그룹의 등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을 담아낸 새로운 용어이다. 이에 대해 10대 걸그룹의 섹시 코드에 따른 일종의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정작 삼촌 팬덤을 자처하는 이들은 그러한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돌 사랑은 팬덤을 일부 세대나 계층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대중적인 현상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아이돌은 유명 정치인보다도 더 대중적이며, 그들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는 실시간으로 인터넷 뉴스와 여러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가치판단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재 아이돌과 팬덤 문화가 엄청난 확산일로에 놓여 있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팬덤 문화의 사회적 영향력은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과 같은 긍정적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지진이나 기름유출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팬클럽의 활동이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철없는 10대들의 모습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한 형태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는 팬클럽 회원들의 세대가 확산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 문화운동의 필요성
이제 팬덤은 새로운 문화환경에 맞는 활동방식, 즉 온라인 및 트위터 등 테크놀러지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정체성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악성 댓글이나 루머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러한 모습이 집단폭력이나 왕따 등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긍정적 영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물론 지나친 동일시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일방적 추종이나 숭배가 때로는 자신의 구체적 일상을 무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팬덤 문화가 이제 하나의 문화운동의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팬덤 문화가 좀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우리 오빠’의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 연예인 전반의 불공정성을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여성 아이돌의 경우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보다 성숙한 팬덤 문화의 출현을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팬클럽의 지나친 권력화 현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보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팬덤 문화의 진화와 성숙이 아이돌 스타들에게도 분명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허상뿐인 인기가 팬클럽으로 인해 매우 구체적이고 물질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와 팬클럽,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일반 대중이나 언론이 함께 한국사회의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