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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출신의 ‘소금남’은 나를 ‘심쿵’하게 한다

새로운 사물 및 개념, 현상에 대한 의식 변화 담은 신어 형성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이 중년의 남자 배우에게 ‘버카충’을 묻자 남자 배우는 그 뜻을 몰라 당황해 하다가 요즘 유행하는 벌레가 아니냐는 답변을 해 많은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버스 카드 충전을 뜻하는 신어를 신종 벌레 이름이라고 말했으니 ‘버카충’을 일상어로 사용하는 세대에게 얼마나 큰 웃음을 주었겠는가.

‘신어’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 ≒새말ㆍ신조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 제도의 발달과 도입, 특정 현상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 등으로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 그리고 현상에 대한 변화된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신어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누리 소통망 서비스(SNS) 사용이 증가하면서 신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 1월에 국립국어원에서 <2014년 신어> 자료집을 내놓았다. 국립국어원의 <신어> 자료집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발간되고 있는데 <2014년 신어> 자료집은 총 334개의 신어를 싣고 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감튀’, ‘갓수’, ‘개총’과 같은 일반 영역뿐 아니라 ‘로플레이션’, ‘팬경제’, ‘퍼슈머’ 등과 같은 경제 영역, ‘로봇저널리즘’, ‘컨슈미디어’와 같은 언론 영역, ‘조수 악퇴 발효’와 같은 화학 영역, ‘디스크팽륜탈출증’, ‘공명버딩’, ‘넥프팅’과 같은 의학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의 신어가 형성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해 활발하게 형성되는 신어 안에 녹아 있는 의미는 그 시대의 특성과 가치, 유행을 보여준다. 즉, 신어는 시대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캠프닉’(도시 인근에서 가볍게 즐기는 캠핑), ‘커캠족’(같이 캠핑하는 커플), ‘캠스토랑’(캠핑장처럼 꾸민 레스토랑)과 같은 신어에서 각박하고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이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와 유행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갭모에’(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가 평소에는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이나 행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나 ‘최하옵’(게임에서 부가로 사용하는 그래픽 효과나 기능을 최소로 사용하는 것), ‘만렙지역’(게임에서 레벨이 최고점인 캐릭터만 갈 수 있는 지역)과 같은 신어에서는 게임 문화가 발달한 사회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에서 단연 최고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교육열을 나타내는 신어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를 이르는 말인 ‘돼지맘’이나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가정 경제의 부담이 과중되는 현상을 비유하는 말인 ‘교육절벽’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손주를 직접 양육하는 할아버지를 이르는 ‘할빠’나 손주를 직접 키우는 조부모를 이르는 ‘황혼육아족’과 같은 신어에서 맞벌이 부부에 따른 사회적 현상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혼밥’(혼자서 먹는 밥)이나 ‘독강족’(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강의를 듣는 사람), ‘솔캠족’(혼자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로 나가 야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과 같은 개인 문화의 변화를 나타내는 신어도 확인되고, ‘오포세대’(생활고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 ‘주거절벽’(급격하게 오른 주거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한 말) 등과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 신어도 확인된다. 또한 바쁜 일상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남택녀’(집에서 온라인을 이용해 쇼핑하는 사람), ‘핫딜노마드족’(물건을 싸게 사는 시간대를 찾아다니며 쇼핑하는 사람), ‘출퇴근쇼핑족’(출퇴근을 하면서 쇼핑하는 사람)과 같은 신어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단순히 언어의 경제성을 위해서 축약한 신어도 있다. 가령, ‘너곧나’(너의 의견이 곧 나의 의견이다),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 ‘맛저’(맛있는 저녁)와 같은 신어는 누리 소통망 서비스(SNS)에서는 짧은 글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제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얼집’(어린이집의 준말), ‘임고생’(임용 고시 준비생의 준말), ‘장친사’(장모님 친구 사위의 준말)와 같은 축약의 신어에서도 말 줄임의 사회 대상을 통해 한 시대의 관심이나 특성, 성향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신어는 한 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 유행, 전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대가 흘렀을 때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신어가 한 사회의 여러 계층에 의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세대를 넘어설 때 혹은 특정 사회 공동체를 넘어설 때 의사소통에 약간의 문제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신어를 철저히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언어가 사회의 문화와, 가치, 전통을 담아내지 못하고 단순히 의사소통 기능만을 한다면 문명사회를 이룬 언어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새로운 말에 여유와 관심을 갖는다면 살아 꿈틀대는 생명체와 같은 언어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온전히 인식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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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