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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중문화 잡지는 누가 죽였는가?

다양한 매체들과의 경쟁에서 생존 위해서는 콘텐츠 전달방식의 혁신 필요

“지금까지 ‘무비위크’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발행하는 무비위크 571호까지 독자 여러분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3월11일 무비위크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박혜은 편집장이 올린 글이다. 영화잡지 무비위크의 폐간을 알리는 글이다.

“오늘 지하철에서 무비위크 571호를 샀다. 12년간 발행되던 영화 주간지의 마지막 호였다…한편의 영화를 둘러싼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견해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진 것이다…포털사이트의 온라인 별점이 영화에 대한 유일한 담론이 되어버릴 미래가 당장의 현실이 되진 않겠지만, 오늘의 우리는 하나의 영화저널을 잃어버림으로써 그 어두운 미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민용근 영화감독이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씨네21’과 함께 영화저널리즘을 이끌어 왔던 영화 주간지 ‘무비위크’가 폐간의 조종을 울렸다. 1990년대 ‘필름2.0’‘스크린’‘프리미어’‘키노’‘시네버스’등 영화잡지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면서 영화 저널리즘의 홍수를 우려하던 때는 이제 박제된 전설이 됐다. 한국영화 관객 1억명시대, 7개월 연속 월 1000만 관객 동원 등 한국 영화 흥행시대가 활짝 열린 가운데 아이러니하게 영화 잡지는 ‘씨네21’만이 명맥을 유지하게 된 상황이 연출됐다. 영화 잡지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음악, TV, 장르와 대중문학 등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의 시대라고.

1970~1990년대‘월간팝송’‘음악세계’‘핫뮤직’등 음악잡지를 통해 해외 팝의 경향과 대중음악 트렌드, 그리고 팝음악에 대한 다양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도 이제는 사라진 풍경이 됐다. 이후 2000년대‘52 Street’등 대중음악 전문잡지가 일부 음악 애호가들과 능동적 수용자의 음악정보와 담론, 비평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줬으나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TV저널’‘스타채널’‘드라마틱’ 등 가장 대중적인 TV 매체와 프로그램, 드라마, 연기자 등에 대한 뉴스와 비평을 전달해주는 방송매체에 관련된 잡지 역시 폐간의 운명을 맞았다.

2000년대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공상과학소설, 추리소설 등 장르 문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 ‘판타스틱’‘미스터리 매거진’등도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 2008년 폐간의 수순을 밟았다. 한때 높은 인기를 누리며 대중문화 담론의 진원지이자 유통기지 역할을 했던 대중문화 잡지가 고사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야말로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대중문화 잡지를 죽인 것일까.

물론 어떤 이는 1967년 창간돼 여전히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처럼 한국에서 대중문화 관련 잡지가 오랫동안 성공을 거둔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는가라는 반문도 하지만 지금처럼 대중문화 잡지가 절체절명의 위기인 적은 없었다. 문제는 대중문화 잡지에 대한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데 있다.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공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대중문화 잡지는 시의성에선 신문과 TV등에 밀렸지만 전문성과 심도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그 자리마저 내주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웹진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는 종이로 된 대중문화 잡지에 비해 양적, 질적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 우위에 선 것도 대중문화 잡지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과 웹진 등 디지털 미디어는 종이로 된 잡지와 비교할 수 없는 정보의 양을 담을 수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태블릿PC등 디지털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는 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보편화되면서 대중문화 잡지의 설자리는 더욱 없어지고 있다.

수용자의 성격 변화 역시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의 조종을 울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문화 잡지는 정보의 일방향성 전달 성격이 강하다.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의 보편화로 인해 독자를 비롯한 매체 수용자는 더 이상 방송, 신문, 잡지 등 미디어가 전달해주는 정보나 콘텐츠를 단순히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수용자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 유통시키는 생비자(生費者, Prosumer)로서 모습을 띠고 있다. 기존 대중문화 잡지는 바로 이렇게 변화한 수용자들의 모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물론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을 가져온 당사자는 바로 잡지를 만드는 주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용자의 변화와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와 전달형식을 담보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문화의 주요한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인데 이들을 소구하는 대중문화 정보를 담는 콘텐츠만으로 대중문화 잡지들이 주요한 수입원인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대중문화 잡지가 사라지고 있는 원인중 하나다. 이밖에 수용자들이 대중문화 텍스트를 다양한 시선에서 심도 있게 해독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단순히 재미만을 겨냥하는 대중문화 소비패턴 역시 대중문화 잡지의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

이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때 높은 인기와 선풍을 일으켰던 대중문화 잡지는 앞 다퉈 폐간의 운명을 밟고 있는 것이다. 과연 연이어 죽음을 맞고 있는 대중문화 잡지는 유효성을 상실한 것일까.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은 영향이 없는 것일까.

대중문화 잡지의 죽음은 단순히 하나의 매체의 퇴장이 아닌 지식산업의 한축의 몰락을 의미한다. 대중문화 잡지의 연이은 폐간은 영화, 음악, TV프로그램, 장르문학, 뮤지컬 등 대중문화 텍스트의 다양하면서도 심도 있는 해독을 안내하는 정보와 담론의 유통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담론의 필자나 지식인의 발굴 채널의 실종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수용자들이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텍스트를 비판적 혹은 저항적 해독(Oppositional reading), 타협적 해독(Negotiated reading) 등 다양한 시선과 각도의 해독을 통해 여러 가지 의미를 만드는 바람직한 수용 행태를 견지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대신 단선적이고 순응적 해독만을 하는 수용자가 양산돼 대중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텍스트의 획일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대중문화 잡지의 소생 혹은 생존의 길은 없는 것일까. 대중문화 잡지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 등 창조적 자산이 상품화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중문화 산업의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대중문화 잡지다. 또한 담론과 지식, 정보를 생산하는 지식인을 육성하는 것도 대중문화 잡지의 몫이다. 이 때문에 고사위기에 처한 대중문화 잡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뒤따라야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득세와 수용자 성격 변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대중문화 잡지의 콘텐츠와 콘텐츠 전달방식의 혁신이 있어야한다. 종이잡지와 웹진의 유기적 관계 형성, 수용자의 담론 생산자로의 전환, 연령대나 취향별 전문화 세분화된 콘텐츠 양산, 대중문화 콘텐츠와 잡지와의 다양한 공조작업 등 대중문화 잡지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트렌드만을 쫓아 단기간의 발간과 폐간을 반복하는 임시처방용 대중문화 잡지가 아닌 더욱 진화하고 특성 있는 콘텐츠로 장기간 존속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잡지의 등장이 필요하다.

수용자 역시 대중문화 잡지를 접하면서 대중문화 텍스트를 다양한 시선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독할 수 있는 정보와 담론을 습득해 대중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소비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대중문화 잡지를 계속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생존시킬 것인가.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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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