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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다양성 키우는 ‘독립출판’

자기만의 색깔과 확실한 기획력으로 차별화하는 전문적 식견 갖춰야

얼마 전 서울 홍익대 인근 상상마당에서 개최된 독립출판물 기획전 ‘어바웃 북스’가 성황리에 끝났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의 올해 전시회에는 독립출판물 500여 종이 전시·판매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시중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책과 잡지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관람객들의 발길도 잦았다. 독립출판이 그 만큼 확장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독립출판’의 함의

‘독립영화(independent film)’ 또는 ‘인디영화’는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달리 관객의 흥미보다는 제작자의 관심사에 맞추어 만드는 영화를 말한다. 주류 영화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 독립된 영화이다. 한 마디로 돈벌이를 핵심 목적으로 삼지 않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비주류 영화를 뜻한다. 대개는 소자본으로 제작한, 상업적 오락성보다는 소수자(비주류)의 시각이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화들을 가리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립출판(independent publishing)’이란 기존의 상업출판이나 주류출판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인디펜던트’의 단어 풀이에 ‘자유로운’, ‘독자적인’, ‘마음대로 하는’이라는 의미가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주류적 가치나 출판 상업주의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소수자와 비주류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는 출판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거대 자본과 조직을 갖춘 대형 사업체들과 대비되는 개인 경영 출판사나 서점을 ‘독립출판사’, ‘독립서점’이라 부른다. 그런데 주식회사 비율이 매우 낮고 개인이 경영하는 소형 출판사와 서점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미국식 기준으로 보면 사업체 대다수가 독립출판사나 독립서점에 해당하여 그 의미에 혼동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한국적인 맥락에서의 독립출판이란, 5인 미만의 소형 출판사에서(특히 1~2인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1인 출판사 중심으로) 출판시장에서 비주류 분야의 책을 소량 부수 발행하는 개성적인 출판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출판이 만드는 새로운 출판의 세계

다양한 독립출판사의 형태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주력하는 매체의 유형, 창업자의 출판 관련 경험 유무, 자기 저서를 중심으로 출판하는지의 여부, 관심을 두는 분야나 주제 등이다. 독립출판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탄탄한 입지를 닦은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출판사 ‘산처럼’의 윤양미 대표는 출판사(한길사, 역사비평사) 출신으로 출판 편집과 영업관리 부문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 출판사를 창립한 경우이다. 탄탄한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인문·역사 분야에서 중견 출판사 못지않은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었다. ‘디지털 미디어 리서치’의 조광현 대표 또한 출판사(웅진그룹, 일빛)에서 경험을 쌓아 나름의 입지를 닦은 경우이다.

저자가 출판사를 차린 사례도 있다. 어린이책 작가 정수은 씨는 본인의 관심사와 주특기를 살려 아동서 출판사 ‘초록우체통’과 웹툰 전문 출판사 ‘보리별’을 차렸다. ‘아이웰 콘텐츠’의 김성민 대표는 여러 분야의 저자 겸 발행인으로 1인 다역을 하며 전자책 분야에서 주목 받았다. 베스트셀러 <구름빵> <달 샤베트>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백희나 씨는 ‘스토리 보울’이라는 출판사를 직접 만들어 운영중이다.

이외에도 <인문학 콘서트>로 명성을 날린 출판사 ‘이숲’, 동물과의 소통에 관련된 책들로 화제를 모은 ‘책공장 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젊은 여성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책을 펴내는 ‘M&K’의 구모니카 대표, 인문학 도서를 꾸준히 펴내는 ‘마티’의 정희경 대표, 생태 관련서로 이름난 ‘그물코’의 장은성 대표 등도 독립출판사 내지 1인 출판사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사례들이다.

독립출판사들이 많은 만큼 크고 작은 성공 사례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전용 상영관조차 하나 없이 고난의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립출판사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책을 기획하는 일부터 제작·판매하는 일까지 번거로운 일련의 과정을 경영자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저자 발굴 및 관리, 교정·교열·편집 등 글을 다듬고 책 관리를 하는 일 등 출판의 생산·판매와 관련해 두루 밝아야 한다. 또한 자기만의 색깔과 확실한 기획력으로 차별화하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독립출판을 통해 개성이 있고 내용이 알찬 책들을 펴낸다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으며,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식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책의 우주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다. 그것은 책의 다양성과 매력을 키우는 유력한 방식이기도 하다. 관심사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독자들이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다양한 양질의 책, 매력과 아우라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피 말리며 사유의 공기를 불어넣는 독립출판사들이야말로 새로운 출판의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이다. 동물, 역사, 페미니즘, 사진, 미술, 디자인, 빨간 벽돌 두께의 고전 등 각기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 고집스럽게 외길을 걷는 이들이 있다. 향토성 짙은 책을 펴내는 지역 출판사들도 지역문화를 살찌우는 독립출판이자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출판의 본질은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에 있다. 이것이 모여 창조력을 만들고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로 향하는 계단을 만든다. 독립출판을 지탱하는 힘은 배부른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목 놓아 부르는 절창, 시대와의 호흡과 성찰이다. 자기만의 색깔로 책의 우주를 열어가는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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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