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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입과 내란음모, 그리고 혼외 자식

세 사건의 주모자와 방송 뉴스의 희한한 편애에 대하여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보도와 국정원의 작품이라고 추정되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보도를 비교해 보면 이런 불공정이 더욱 두드러진다.

탐사보도전문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내란 음모 사건’이 발생한 8월 28일을 기준으로 언론들의 국정원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그 중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의 경우에는 내란 음모 사건 이전 8일 동안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모두 27건 보도했지만 이후 9월 4일까지 6일 동안에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내란 음모 사건은 무려 128건 보도했다. 보통 메인 뉴스의 하루 꼭지가 스포츠 뉴스와 날씨 등을 제외하고는 15건에서 20건 정도라는 사실로 추정해 보면 거의 전체 뉴스 시간을 내란 음모사건에 할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뉴스들이 뉴스가치가 많이 떨어졌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본격적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지속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김용판 전 청장의 2차 공판이 진행되면서 그가 압수 수색 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조선일보에서도 보도(10면 하단 기사)로했지만,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외면했다. 9월 2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는데, 증인으로 출석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댓글 활동 등의 실무 책임자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일부 사이버 활동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지만 역시 모든 지상파 TV가 외면했다. 이날 한국일보는 ‘좌익효수’란 아이디로 성적 모욕을 주는 폭언 및 전라도민에 대한 온갖 폭언을 쏟아 부은 자가 국정원 직원이란 사실도 밝혔지만, 역시 모든 지상파에서 외면당했다.

이런 보도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 25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6월2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항의하는 첫 촛불집회 개최 이후 기사가 게재된 7월 25일까지 지상파 방송들이 저녁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촛불집회 보도는 단 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단신으로 처리했음을 지적했다. KBS는 6월22일과 7월6일 ‘간추린 뉴스’로 “진보와 보수단체 집회가 잇따랐다”는 식으로 촛불집회 소식을 짧게 전했고, SBS는 6월22일과 28일 ‘진보와 보수의 시위 대립’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문화방송은 관련 소식을 단 한 건도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 7월 13일 서울 집회에는 2만여 명이 참여했고, 서울에서만 최고 4만여 명이 참석하고 전국적으로는 십만여 명의 참여자들이 참석하는 집회로 확산되었지만, 지상파 뉴스에서는 민주당 장외투쟁에 양념처럼 곁들여진 뉴스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미디어 오늘이 보도한 9월 5일자 뉴스분석 보도에서도 이런 사실은 명확히 드러났다. 이 보도에서는 지상파와 조중동 3사의 기사를 함께 분석했는데,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부터 중요한 사실 관계가 폭로된 날들을 가려 뽑고(총 10일 간 보도를 대상으로 함), 내란음모 보도는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6일 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상파만 놓고 보면 무려 37건 대 83건으로 내란음모 의혹 사건이 두 배 이상 많았고, 뉴스 비중까지 고려한다면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는 KBS 임창건 보도국장의 지시사항도 인용되었는데, 그는 국정원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자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소단계에서 선거법 적용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댓글의 성격과 법적인 의미에 대해선 추후 법원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축소보도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보도국장의 지시사항이 공영방송으로 냉정한 보도 태도를 견지하라는 주장이라고 이해한다고 해도, 내란음모 의혹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는 이런 냉정함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석기 내란 음모 의혹 사건은 지금까지 나온 ‘내란 음모’ 증거가 대부분 ‘5월 회합’의 녹취록에 근거하고 있어서 법조계에서는 전반적으로 기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최근의 보도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이 부담 때문에 여적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을 만큼 혐의사실에 대한 법리적 논쟁거리가 산적해 있다. 또한 조직도나 명기된 강령 등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빨리 압수수색을 하고 인신 구속을 진행한 것은,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그냥 받아 적다시피 하는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추후 법원의 재판 결과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 건과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기사에선 MBC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는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 30일 발간한 민실위 보고를 인용하며 “모든 언론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 MBC뉴스는 애써 외면하고 누락하고 축소 보도해 왔다”,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추락의 길을 선택하면서 MBC의 영향력과 신뢰성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적고 있다. 최고 16% 대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영향력 1위를 노리던 MBC 뉴스데스크가 8% 대에 턱걸이 하고 있는 현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닌가?

통합진보당 일부 그룹이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하고는 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과 공공 설비에 타격을 가할 논의를 하는 것이 내란 음모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공공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특정한 후보를 당선되도록 돕는 것 역시 내란에 준하는 국기문란 사건이다. 이 둘은 최소한 뉴스 가치에 있어서 어느 것이 더 중하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뉴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이 차별을 통해서 이득을 보고 있는 세력들이 있고, 피해를 당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 보도가 터져 나와 지상파와 종편을 뒤덮고 있다. 조선일보가 1면에 단독으로 실은 이 뉴스는 공교롭게도 국정원이 402개의 트위터 아이디를 통해서 무려 1만 7천여 건의 게시글과 인용 등을 주로 대선 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자행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기 직전에 터져 나왔다. 더욱이 검찰 수장의 아주 은밀한 사적 영역의 보도를 감행하면서도 본인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반론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후에 지상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에서 후속보도를 하며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때문에 훨씬 더 뉴스 가치가 높은 국기문란사건의 보도는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은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명의를 도용했다는 골자의 자필 해명 편지를 보내면서 채동욱 총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는 있지만, 조선일보는 집요하게 사건의 본질과 크게 연관 없는 말꼬투리 잡기식의 품성론을 전개하며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지상파 뉴스에서도 사실상 DNA 검사를 요구하면서 의혹을 해명의 책임을 오보의 피해자일지 모르는 취재 대상에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이 진실공방이 길어진다면 메가톤급의 국정원 선거 개입 사실들이 뉴스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될 것이고, 대중들은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는 내란에 준하는 범죄보다 검찰 총장의 DNA 검사 결과라는 지극히 사적인 사안이 더 중요한 뉴스라고 강요당하는 비극적 사태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사태는 사실상 언론의 사망 상황인 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대표적 ‘언론의 난’으로 기록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 검찰총장 사생활 보도가 제보의 내용이 지극히 사적이고 인용한 자료들 역시 기자들도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제보자가 국정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 추정이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세 가지 뉴스를 모두 국정원에서 제공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도대체 국정원은 뭘 하는 집단인가? 또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국정원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의제이며, 이렇게 정치를 주도하려는 욕심을 두 번 다시 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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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