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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입 대안의 모색

시청자 요구 파악 및 관련 법률과 문화수출국 의식 고취 필요

예전 우리나라 방송은 후발 주자였기에 다른 선진국에서 성공한 방송프로그램을 수입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한류의 영향력과 함께 우리의 방송프로그램을 수출하고 있다. 만약에 수입해도 이제 해외 방송콘텐츠를 그대로 방송하는 경우는 없고 모두 형식, 틀, 스타일에 구체적인 콘텐츠를 바꿔서 채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출하는 우리의 방송프로그램도 현지에서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이른바 방송 포맷방식의 부각이다. 방송프로그램의 모방, 도용이냐는 이러한 포맷의 표절을 말한다. 2001년 헝가리의 국제지적재산권보호 재판에서 승소하면서 함부로 외국 방송 프로의 포맷을 모방, 도용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방송 포맷은 유망한 방송 산업 영역으로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동안 해외 도입 사례는 물론 우리의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수출 현황 그리고 과제와 대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약 30~40여 포맷을 공식적으로 수입했고, 약 10여 개를 수출했으며 현재 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프로그램 포맷 수입이 많아졌는데, 인기 예능 가운데 상당수는 수입 포맷이다. 아울러 수출 프로그램도 최근 1~2년 사이에 급증됐다. 이는 상업적으로 치열해진 방송 환경의 결과다. 포맷 수입은 2000년대 초 민영방송 SBS가 이끌면서 시작되었다. ‘작렬정신통일-두뇌의 벽’ ‘슈퍼바이킹’ 등 버라이어티의 코너들이 그 예시이다. SBS는 주로 버라이어티 코너들을 수입해 왔다. 그리고 KBS ‘1대 100’은 전체 포맷을 구입해 제작한 최초 사례다. ‘솔로몬의 선택’은 처음에는 포맷 계약 없이 방송했다가 일본 TBS가 문제제기로 인해 부랴부랴 포맷을 샀다.

근래에 들여온 해외 프로 방식은 Mnet ‘보이스코리아’, tvN ‘SNL 코리아’,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tvN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이다. 구체적으로 ‘톱 기어’, ‘브리튼스 갓 탤런트’,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모두 영국의 방송 포맷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맷 구입에 더 적극적인 것은 케이블TV이다. CJ E&M는 세계의 유수한 포맷들을 풀 패키지로 사들여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 중 편당 제작비가 1억 원의 대작 예능들로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m.net), ‘SNL 코리아’ ‘코리아 갓 탤런트’(tvN)외에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온스타일), ‘마스터 셰프 코리아’(올리브)가 있다.

그러나 수입 프로그램 뿐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수출 프로그램은 2003년 ‘도전 골든벨’이 베트남에 판매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러브하우스’(2004)도 등 판권 포맷 수출이 이루어졌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터키에서 ‘저스트 매리드(Just married)’로 방영되었고, ‘슈퍼스타K’는 후베이위성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으며 산동 위성방송 TV의 ‘C팝스타’는 1.089%(점유율 4.521%)로 일일 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평일 밤 ‘마의 고지’인 시청률 1%를 넘어선 수치였다. ‘나는 가수다’의 중국판 ‘아시가수(我是歌手)’는 지난 1월 후난위성TV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중국판 ‘1박 2일’인 ‘양천일야((兩天一夜)’는 스촨 위성TV를 통해 방영된다. ‘꽃보다 할배’는 유럽 편과 대만 편 모두 대만 최대 케이블 방송국 EBC와 홍콩 최대 민영 방송국 TVB에 판매됐다. ‘히든 싱어 차이나’ 역시 후난TV에서 연내 방송될 예정이다.

MBC에브리원 ‘우리결혼했어요 세계판’은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얻어 21개국에서 방송됐는데 중국 예능 순위 10위권 안에 계속 들었으며, 한 회 평균 유튜브 클릭 수가 3000만뷰였다. OST는 발매 즉시 매진됐고 예능 최초로 영상만화도 제작되었다. 이로 볼 때 우리나라 포맷 시장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흐름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포맷에 한정하지 않고 제작 매뉴얼을 만들어 현지 제작 지원에 나서며 한국 제작진도 현지에 투입된다. 제작 매뉴얼은 ‘바이블’로 불리며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 및 촬영 등 제작과정의 핵심내용을 포함한다. 현지 파견 ‘플라잉 PD’는 제작 매뉴얼의 노하우와 제작의 ABC 등을 멘토링 한다. 제작 초반 세팅 작업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전체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다.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예능 포맷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맷 산업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방송 포맷 수출이 급증하는 추세로 2년 사이 수익이 7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유럽 방송사가 상위 100개 포맷 수출을 통해 30억 달러(약 3조252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 예능 포맷 수출은 초기 정착 단계지만, 예능한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존 한류가 가수, 탤런트 위주였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투자로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고 예능 포맷은 제작 노하우가 필수적이라 제작 컨설팅 비용까지 합하면 판권만 팔던 것에 비해 1.5~2배 수준의 수익을 올린다. 통으로 판매하는 드라마와 달리 편당 구입이라 시즌제인 경우 더 많은 저작권료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차후에 한국의 콘텐츠 산업으로 유망하게 떠오르고 있다.

벤치마킹을 해도 독창성이 있으면 가치 있는 방송포맷인데 우리는 무단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뀐 지 오래되지 않는다. 케이블은 채널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유명 포맷을 들여와 채널 이미지를 높이고, 쉽게 시청률을 확보하려고 했다. 화제는 많이 되었지만 그같은 프로그램은 다시 해외로 수출할 수 없다. 이런 점은 독자적인 기획 제작보다는 해외의 성공 사례에 영합하는 행태다. 국내 시청률과 광고시장만을 염두 하는 근시안적인 경영사고에 머물고 만다.

이는 국내의 창조적 제작 역량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또한 아직도 해외 프로들을 유사하게 복제하는 일들이 많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무의식적인 인식 작용하고 있어 적당히 다른 방송 형식의 차용과 모방도 적잖게 존재하고 있다. 최근 3~4명의 중견 여배우들이 여행을 떠나는 ‘마마도’, 가정에 등한시했던 아빠들이 육아에 도전 관찰 예능 ‘아빠의 자격’, 소방관이 되는 과정을 담은 리얼 예능프로 ‘심장이 뛴다’는 모방논란에 휩싸였다. MBC ‘정글러브’는 ‘짝’과 ‘정글의 법칙’을 섞었고 JTBC ‘꽃탕’은 중년판 ‘짝’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의 방송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우리가 이제 무엇보다 우선 각인해야 하는 점은 단순히 국내의 시청률을 잡기 위해 방송 포맷을 구축하는데 급급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은 문화할인율이 높아 수출이 안 되는 불효자 종목이었지만 방송 포맷의 특화로 한류 효자종목으로 등극하고 있다. 한국은 자본이나 하드웨어는 부족하지만 기획 아이디어가 많다. 예컨대 중국의 자본과 결합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반한류나 혐한류와 같이 문화적 반감을 줄일 수 있다. 포맷은 한국 것이지만, 내용은 중국의 문화콘텐츠로 채울 수 있기에 절묘한 문화융합의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서 쉽게 응용 각색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인 코드에 다른 국가 시청자들의 이해와 흥미를 위해 단순 명확해야 한다. 새롭지만 지나치게 낯설어도 안 된다. 즉응의 직관적인 틀을 지녀 어느 나라 시청자라도 단시간에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 같다. 어떠한 국가와 민족의 정서도 다 담을 수 있어 명료한 포맷이지만 넓고 깊은 수용성의 두레박이 되어야한다. 또한 한줄기 빛이 들어가면 굴절된 파장에 따라 여러 가지 빛깔로 퍼지는 프리즘처럼 각 나라 문화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내용을 다채롭게 투과하는 문화 프리즘이어야 한다.

중국판 케이팝 스타가 아메리칸 아이돌 포맷을 이겼던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미국 등의 오디션 프로 형식을 적용한 중국 프로그램들을 이긴 이유는 동양인의 정서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각 지역에 맞는 포맷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핵심적인 것은 원래 컨셉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도 각 나라의 프로그램을 보편화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포맷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적인 유통배급망을 갖춰야 한다. 또한 수출 증가에 따라 포맷 선진국으로 가려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 방송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중국의 ‘우상탄생’이 KBS ‘청춘불패’와 흡사해 KBS가 시정을 요구했다. ‘가성전기’는 KBS ‘불후의 명곡’, ‘급력일요일’은 SBS ‘런닝맨’을 모방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관련 법률전문가 등 전문 인력확보와 법적 제도적 정비도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맷이 좋아야 수출이 잘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수출 요인이 포맷 자체 효과뿐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에 기인함을 볼 수 있다. 한류와 함께 한국의 이미지가 상승하면서 포맷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 많은 포맷을 더 선호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높아진 공신력 때문에 한국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방송 제작 환경에 있어 예전과 다르게 문화 수출국의 위상에 걸맞은 한층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해외 모방이나 하는 나라의 방송프로그램을 더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외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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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