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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한류는 아티스트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문화적 풍토에서 나온다’

다양하게 즐기는 문화로서의 한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놀랍다. 각종 미국 차트 상위에 랭크되는가 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로비 윌리암스, 조쉬 그로반, 티페인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극찬하며 심지어 말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올 가을에 미국에서 좀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건 결코 언론 플레이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쇼핑몰에 가면 아주 흔하게 ‘강남스타일’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싸이의 성공이 고무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지 그 체감으로 다가오는 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싸이의 성공 스타일(?)은 지금껏 한류의 흐름이 갖고 있는 몇 가지 한계점을 단숨에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겉보기에 마치 전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떠벌려지던 한류의 실체는 어떤 것이었을까.

제2의 한류로 K팝이 등장한 후 여전히 한류 열풍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홍콩에서는 소녀시대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또 태국에서의 슈퍼주니어의 위상은 여전히 높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같은 남미 지역에서 K팝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프랑스는 SM타운의 공연 이후 K팝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이런 분위기인 것은 아니다. 중국의 K팝 스타들에 대한 폭발력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이고, 대만에서는 한류 자체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서 반한류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또 지나치게 과장된 보도도 문제다. 대만에서 슈퍼주니어가 52주 연속 1위를 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 한국어 노래 부문 랭킹 1위를 말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한류의 주역들,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물론 일본을 포함한 중국, 동남아의 한류는 이미 어느 정도 인지가 된 상황이다. 즉 일본은 배용준 이후에 장근석이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고, 여기에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K팝스타들이 한류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SM타운의 공연 이후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 등의 인기에 힘입어 한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욕구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고, 남미쪽 역시 비스트, 2NE1, 빅뱅 같은 K팝 아이돌들의 팬덤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표면적으로는 대단한 성공이지만, 그 실체를 뜯어보면 초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지난 2월 한류열풍이 뜨겁다고 판단되는 9개국(중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영국 러시아) 현지인 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자못 충격적이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한류는 5년 이상 못 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한류는 끝났다’는 응답이 11%에 달했다는 것. 특히 한류 열풍의 진원지라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일본 중국 대만에서 더 비관적인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무려 8명이 ‘5년 내에 끝날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한류의 문화콘텐츠 실제 수출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한류가 마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실적인 수익이나 매출에 있어서는 그다지 뚜렷한 효과를 가져 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규모도 아직 너무 작고, 또 우리는 해외에서의 작은 실적조차 크게 대서특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사이의 갭이 그만큼 크다는 거다. 실제로 콘텐츠에 있어서도 드라마와 K팝을 빼면 새로운 동력이 될 만한 아이템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따라서 문화적인 저변이 형성되지 않는 한류에서 이 드라마와 K팝을 빼고 나면 사실상 그 실체는 초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한류 콘텐츠의 수출이 주로 아시아권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K팝 수출액의 99%가 아시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재 한류의 소비는 결국 아시아에 편중되어 있는데, 그것도 일본 비중이 너무 크다. 일본이 이 중 전체의 무려 81%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한류는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또 이런 과도한 일본 편중은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를 기형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한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김치를 버리고 기무치를 만들어 파는 식의 문제로, 한류의 일본 종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한류가 몇몇 거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급성장했지만 우리의 대중문화 산업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하는 한류를 오랜 세월 산업이 축적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단순비교를 하면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이 약 천억 원 정도 되는데 일본의 최대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의 매출액은 무려 1조5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 최대의 기획사의 연매출이 일본의 기획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 그만큼 산업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류 열풍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네 한류 콘텐츠들의 성격상 너무 비슷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몇몇 거대 기획사에 의해 주도되는 한류란 결국 그 회사의 비슷한 트렌드만 반복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것은 한류 콘텐츠가 그게 그거다 라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비슷한 게 쏟아지다 보니 점점 더 자극이 강해지고 선정적인 경향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또 흐름이 한쪽으로만 흐르다 보면 생길 수밖에 없는 반한류도 큰 문제다. 일본이나 대만의 반한류 흐름은 정치적인 이슈와 만나면서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은 최근 독도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한류에도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대만 같은 경우는 선거에서 이슈를 끌어 모으기 위해 반한류를 선동하기도 했는데, 이것 때문에 실제 한류의 흐름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2010년에 162편이던 한국 드라마가 2011년에는 75편으로 줄어들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SM타운의 공연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너무 관 주도하에 한류가 홍보되는 인상을 갖게 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한다.

실로 우리가 기대하고 체감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한류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로에 선 한류 열풍은 어떻게 전개되어 갈까. 이것은 한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류 하면 침공이니 장악이니 열풍이니 하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사실 해외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작은 새로운 해외의 대안적인 문화가 들어온 정도다. 그렇게 다양성의 차원에서 한류를 바라봐야 왜곡현상이 없어진다. 한류가 세계의 많은 다른 문화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좀 더 지속적이고 차분한 한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현재처럼 소문난 잔치로 가다가는 쉽게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류를 대하는 우리 대중들과 외국인들 사이의 온도차를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너무 한류를 과도하게 포장하고 마치 국가 주도 사업처럼 심지어 애국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 피해야 할 것이다. 또 몇몇 거대 기획사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좀 더 폭넓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것은 결국 국내 시장의 다양화하고도 연결되어 있는데, 좀 더 많은 콘텐츠들과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나올 수 있는 국내 산업이 탄탄해져야 해외 시장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갑자기 한류의 대안처럼 등장한 싸이는 몇 가지 점에서 이러한 한류에 대한 그간 왜곡된 시각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그 첫 번째는 그가 일본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시장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무런 사전 홍보나 마케팅 없이 오로지 뮤직비디오라는 콘텐츠 하나로. 이것은 앞으로의 한류가 이미 네트워크화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특별한 홍보 마케팅 그 자체보다 콘텐츠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싸이는 기획사에 의해 기획된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지점은 해외에서도 싸이를 아티스트로 바라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류는 이제 만들어진 상품으로서의 가수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가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싸이는 해외 진출이라는 국내의 모든 가수들이 갖고 있던 강박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강제 해외 진출(의도된 것이 아닌데 요청에 의해 해외로 나가는)이 된 사례라는 점이다. 해외를 겨냥하는 것과 해외에서 요구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결국 싸이의 이런 몇 가지 기존 한류와 다른 점은 우리에게 수치로서의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닌 즐기는 다양성의 문화로서의 한류를 생각하게 한다. 한류가 지속가능하게 뻗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아티스트들이 제 맘껏 놀 수 있는 문화적 풍토를 국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잘 놀게 된다면, 이제 세계는 그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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