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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형문화재법’에 대한 기대와 예측

기존의 원형유지에서 유동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돼

우리는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드물지 않게 사용한다. 옛 기술과 기능을 보유하고 어렵게 이어가는 분들을 일컬어 말하기도 하고, 우리 생활에서 특이한 기술이나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과거의 기법을 사용하면 놀라는 마음으로 ‘넌 인간문화재감이야’라는 말을 쓰곤 했다.
그런데 우리가 쓰고 있는 이 ‘인간문화재’라는 단어가 사실은 매우 높은 가치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제도인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속칭 ‘인간문화재’라고 사용하고 있는 이 말은 ‘무형문화재’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받고 있는 단어이다.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법에 속하는 문화재보호법 내에 무형문화재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2015년 문화재보호법이 세분되면서 무형문화재 관련법이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가시적으로는 예전의 무형문화재에 관한 규정보다 더욱 진보된 법으로, 앞으로는 무형문화재의 전수, 발전, 보호가 더욱 쉽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이 법의 정확한 명칭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사실 이전의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규정도 유네스코와 같은 전 세계에서 매우 부러워하는 제도였다. 다시 말하면 무형문화유산에 대해서 법률로 보호하는 국가는 한국, 대만, 일본 정도에 불과했으며 그 중 우리나라가 가장 좋은 환경의 법률이라고 한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무형문화재 보존 환경이 어려웠으면 사람에게 ‘인간문화재’라고 부르며 법률로까지 정해서 보존하고 있는가이다.

알다시피 문화재보호법이 있어도 우리의 전통 공예는 전승되기보단 명맥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렵게 전승해도 밥 먹고 살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이 컸고, 무형문화재 중에서도 일부 공연(춤과 무용, 음악) 분야 이외의 공예(활 만들기, 갓 만들기)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상대적인 어려움은 실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또 개인종목에 비해 단체종목(북청 사자놀음 같이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종목)의 어려움은 더욱 심했다.

여기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도 험난하기도 했으며, 일부 종목은 지정과정에서 현장을 무시한 이론으로만 배운 학자들에 의해 농락당하기 일쑤였다. 즉 기능인이 우대받는 것이 아니라, 공부만 한 학자들의 선입견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스스로도 자신들을 깎아먹고 전승보다는 정치를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함으로써 제도적으로 잘 보장되어 있는 무형문화재 전승을 어렵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관련 기관인 문화재청도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보존에 노력하기보다는 무사안일적인 행정으로 오히려 뒷걸음치는 무형문화재제 수행기관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어두운 과거를 멀리하고 새롭게 변한 무형문화재법에 거는 기대는 실로 크다. 기존의 무형문화재 규정은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 또는 예술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했다. 즉 기능과 예능중심이었다. 이번에 무형문화재법이 제정되면서 무형문화재의 범주가 7가지로 늘어났는데 항목은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과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儀式),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이다. 이전에는 인정하지 않았던 지식, 구전, 신앙 등도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으면서 폭이 다양해진 것이다.

특히 기존 무형문화재 규정에서 가장 핵심은 ‘원형’이었다. 이때 말하는 원형이란 원래의 형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형문화재 규정에서 ‘원형’은 과연 어느 시기로 정하는지, 전승되면서 ‘원형’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그걸 누가 알 수 있는지 등을 정해야 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인간과 기능은 변하기 나름인데, 그런 인간이 만들어내는 무형문화재는 지정 전에 있던 형태와 그 이후에 변하게 된 형태에 대해 유동성을 인정하지 못했었다.

이번 무형문화재법에서는 ‘전형’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도록 변화되었다.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면서 무형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특징적 요소가 남아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 기존의 원형유지보다 유동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변했다.

다만 새로이 바뀔 무형문화재법은 원형유지보다는 변화를 인정했지만, 유동성만 강조된다면 원형은 무시될 수도 있다는 함정이 늘 존재한다. 아마도 앞으로 원형유지가 안 되는 상황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라는 어려운 예측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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